출장용접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법원도 교정시설 과밀 수용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해왔지만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는 해결이 안되고 있다. 전문가는 “교정시설 과밀은 사회적 비용으로도 돌아오게 된다”며 “당장 교정시설을 늘리는 게 어렵다면 수용자를 줄일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10일 “법무부장관에 ‘교도소와 구치소 각 2곳의 과밀 수용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교도소·구치소 수감자였던 진정인들은 인권위에 ‘법무부가 자신들을 과밀하게 수용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존엄성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화장실을 제외한 수용자 1인당 수용면적 기준은 2.58㎡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들은 길게는 320일 이상 1인당 2㎡의 공간에 수용됐고, 1.28㎡ 면적에서 수일을 보낸 때도 있었다.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처우”라며 이같은 처우가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등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교정시설 과밀 수용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인권위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무부장관에 6차례 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6년 과밀 수용이 국가형벌권 행사를 넘어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2022년 수용자 1인당 2㎡ 미만의 과밀수용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법무부의 ‘2025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전국 교정기관 평균 수용율은 122.1%다. 수용율 130% 이상 수용 기관도 16개로 전체 교정시설의 29.1%를 차지한다.
법무부는 인권위에 “교정본부 정책상 수용자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할 수 없는 측면이 있고 교정시설 증축은 짧은 기간 내 실현되기 어렵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과밀 수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명예교수는 “당국의 해결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여론과 예산 문제 등으로 적극 나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정시설 과밀은 교화 기능 수행을 약화하고, 과밀 수용자의 국가배상 소송 등 사회적 비용으로도 돌아오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벌금을 못 내 노역을 하는 환역 수용자는 범죄가 가벼운데도 수용비용만 들고 구치소를 과밀하게 한다”며 이들을 모두 수용하는 현행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했다. 또 “요건을 충족하고도 가석방되지 않는 수용자들을 일부 내보내는 등 당국이 수용자를 줄일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도 “과밀 수용은 개별 교정기관 문제라기보다 수용자 증가, 가석방 제도의 소극적 운영, 교정시설 확충·운영의 어려움, 국가 예산·부지 선정 등에 근본 원인이 있다”며 “교정시설 전반의 과밀 수용 개선에 대한 정부와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뜻에서 이같이 권고했다”고 밝혔다.
고구마를 캐는데 농부가 아니라 숫제 광부가 된 기분이다. 올핸 뿌리줄기가 아주 깊은 데까지 들어가 주상절리처럼 서 있어서 살살 만지면서 다치지 않게 캐야 했으니. 본줄기에서 멀리 도망가서 자란 애들도 많아서 가장자리까지 흙을 파헤치며 달래듯 캐야 했으니. 크기도 들쑥날쑥이다. 큰 애는 애호박만 하고 작은 애는 애기당근만 하다. 양극화가 꽤 심하다. 고구마를 배게 심어서 그런가,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와서 그런가. 물길 찾아 깊이, 또 멀리 뿌리를 뻗어가느라 어린 고구마도 참 힘들었겠다.
초생달이 시나브로 불룩해지더니 만삭을 향해 간다. 볼록한 황금빛 달을 보니 자정에 잠시 모터를 끄고, 우유 한 모금에 보름달 빵 한 조각을 조심스레 입에 넣던 봉제공장 시절이 생각난다. 30년 과거인데 허기가 지금처럼 느껴진다. “배는 만삭 월급은 초생달인데/ 안 먹어도 불룩한 배는 늘 고픈 여자”들이 지금도 있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과거는 누군가의 현재이기도 하니까. 지금도 배가 미싱판에 꽉 닿아 뱃속 아기와 함께 “배로 미싱을 밀고 가는” 임신부가 있을까. 있을 법도 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5100만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으니.
추석 대목이라고, 납기일에 재촉당하며 며칠째 야근을 하는 중 “위층 상가 갈빗집에서 솔솔 풍겨 나오는/ 숯불갈비 냄새 킁킁거리다 깜박 잠에 빠진 여자”들이 있을까. “블라우스 원단에 수놓은 꽃밭/ 손으로 밀고 발로 밟으며 가는 여자”들. 세계 인구가 82억이 넘어간다니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겠다. 지금도 나오다 안 나오다 끝내 끊긴 월급 때문에 버스비도 없어서, 줄 맞춰 노동청까지 걸어가는 노동자들이 있을까. 해결 방법이 달라지긴 했어도 반드시 있을 게다. 2024년 기준 전국 임금 체불 총액이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며, 피해 노동자가 17만명이 넘는다니. 통계란 대충의 숫자일 뿐,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을 테니.
나는 가끔 이 세상에 한 대여섯 명쯤의 내가 살고 있다고 상상하곤 한다. 내가 살아왔듯이 누군가는 나처럼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누군가의 현재가 누군가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고.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갈빗집 문을 열고 들어가, “저는 고기를 못 먹어서요… 1인분만 주실 수 있을까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주문하는 가난한 신혼부부가 있을까. 알고도 모르는 척해주는 사장님 덕분에 한 점 두 점 몰래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사람들. 없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지금도 월세 재촉하는 집주인 때문에 자기 집에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들어가 불을 꺼놓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 월세방 쫓겨나면 고시원에 들고 고시원 쫓겨나면 쪽방에 몸을 누이는 사람들이. 찜질방 갈 돈도 끊기면 편의점에서 라면 하나 먹고, 첫 전철이 다닐 때까지 졸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올 추석엔 내가 추우면 누군가가 그만큼 따듯해질 거라 믿었던 젊은 우리가 부활하기를 기원한다. 진상규명도 보상도 배상도 책임자 처벌도 없이, 275일째 무안공항 구호텐트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재삼 기억하면서. 내가 될 수도 있었던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스러진 179명의 희생자를 잠시나마 추모할 수 있기를. 올 추석엔 내가 배고프면 누군가 조금은 채워질 줄 알았던 젊은 희망을 살려내기를 소원한다.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온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바람대로 억울하고 원통한 159명의 생명이 숫자로 취급되지 않길 빌면서. 배부른 달을 보며 새삼 가난한 희망과 연대로 배불렀던 마술 같은 기억으로 행복했으면.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첫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와 380㎿(메가와트)급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 말까지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국산 가스터빈을 공급하며 한국 발전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밝혔다.
향후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가스터빈의 정비 서비스는 미국 휴스턴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 자회사 DTS가 수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가스터빈은 신규 공급만큼이나 유지 보수 등 서비스의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이 이번 수주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전력망으로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운 데이터센터가 자체적인 전력 공급을 모색하는 중 건설기간과 공급 안정성, 가동 기간, 효율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가스터빈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국내 산학연과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1만5000시간 실증에 성공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국내 계약까지 포함하면 이번 계약까지 총 8기의 공급 계약을 완료했다.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장은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이 가스터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뜻깊은 전환점”이라며 “품질과 납기를 철저히 지켜 고객 신뢰에 보답하고, 미국 등 해외 시장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