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소년재판변호사 “○○대학은 사회 나가보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끈끈함이 다르대요.”
최근 대학 입시에 관한 동영상들을 보고 있는데 이런 댓글이 자주 눈에 띈다. 익히 들어본 말이기는 하지만 청소년 세대를 놓고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씁쓸하다. 대학뿐 아니라 특목·자사고, 국제중, 사립초, 영어유치원, 심지어 산후조리원까지도 그 효용을 일정 정도 ‘인맥 만들기’에서 찾는 인식은 꽤 일반적이다. 무리해서라도 자녀를 ‘학군지’에서 키우려는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입시와 부동산 쏠림의 일정한 원인이 인맥 지향에 있는 셈이다.
혹자는 “믿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다. 어차피 어느 사회나 인맥으로 돌아간다는 주장일 텐데, 수십년 전 이를 반박한 연구가 있다. 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가 1973년 발표한 논문 ‘약한 연결의 힘’은 미국 보스턴 남성들을 대상으로 지금 종사하는 일자리의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조사했다. 답변을 종합하니 친구라 하기엔 조금 먼 지인을 통해서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노베터는 이런 ‘약한 연결’이 강한 인맥 사이를 이어주기 때문에 정보가 더 멀리 퍼지고,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논문이 77만여회의 인용지수를 자랑하는, 사회과학 분야의 가장 유명한 연구라는 점은 이 결과가 일반적 작동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꼭 필요한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사정을 주위에 말했을 때 A는 “친한 친구 아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라고 했고, B는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원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 같은데”라며 소개했을 때 어느 쪽에 신뢰가 갈까? 좋은 인재를 찾도록 도와주려는 진심은 어느 쪽에서 더 느껴질까? 이 하나의 예를 통해서도 인맥이 왜 사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은 사회도, 조직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와 내 자녀가 남들은 모르는 정보와 기회에 접근하기를 바랄 뿐이다. 게다가 인맥을 그렇게 활용한 예를 우리는 지난 몇년간 거의 매일 들어왔다. 대통령 부인과 대학원 동문인 한 사람은 유력한 자산가와 기관장들을 통해 막대한 투자와 대출을 받아 큰 부자가 되었다. 또 다른 동문은 관련 경력 없이도 대통령실에 취업했고,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을 무마하는 데까지 이 인맥을 이용했다 의심받는다. 그 밖에도 그 인맥 그룹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은밀한 정보를 얻어 큰돈을 번 사람, 유력한 지위에 오른 사람,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면한 사람을 우리는 계속 봐왔다.
이 과정을 보며 분노한 사람들도 있지만, ‘역시 인맥이 중요하다’고 새삼 깨달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더 일반적인 인식이라면 저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더 세고 확실한 사람과 인맥을 만들자’는 교훈만 주지 않으려면 인맥의 작동 기제를 철저히 깨뜨려야 한다. 이는 오로지 현재 권력과 자원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므로 대통령과 여당 인사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왜 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불평하지 않고 시대정신을 짊어지는 리더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의힘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른 정부 주요 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 2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소환해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하고 대통령 대국민 사과부터 하라”고 주장했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사진)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권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안정과 국가 시스템 점검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친 채, 오직 정적 제거와 사법 시스템 무력화라는 그릇된 정쟁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결과가 바로 이번 전산망 마비 사태”라며 “국민의 삶은 뒷전이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은 2023년 11월 새올 지방행정정보시스템과 정부24 민원서비스의 중단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 경질을 요구한 바 있다”며 “이번 사태는 전국 647개 정부 서비스가 중단된 것으로, 2023년 2개 서비스의 중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재난급 참사”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우선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되, 수습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길 바란다”며 “이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나와서 이번 사태의 원인과 전말, 책임에 대해 소상히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국회 현안 질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한 발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지금 즉시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하고, 행안부 장관을 경질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밝혔다.
29일 시작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진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안보·검역·출입국 비자 다 뚫려 있는데,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전면 허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전날 “앞으로 수십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무비자 입국 연기를 주장했다.
29일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시작한 데 대해 국민의힘에서 ‘혐중’(중국인 혐오)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잠재적 범죄자나 감염병 보균자 취급하고, 밑도 끝도 없이 이 무비자 조치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까지 엮어 공격했다. 한·중관계 개선이나 내수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과 국가 재난사태조차 극우식 ‘혐중 갈라치기’ 소재로 써먹는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이 예상된다” “대규모 입국으로 전염병과 감염병의 확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혐중 인종주의 발언이다. 그런 식이면 외국인이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빗장을 채우자고 해야 할 것이다. 이날 최고위는 인천 중구 관광공사에서 열렸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첫날 재를 뿌리려고 작정한 걸로 볼 수밖에 없다.
나경원 의원도 국가정보망 화재 발생 직후부터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을 연기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간 내란을 옹호하고 혐중 시위를 자극하는 중국인 혐오 발언을 일삼은 이들이다.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의는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극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여야 정쟁이 아무리 막가더라도 최소한의 금도라는 게 있다. 국익에 반하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모습은 그와 정반대다. 불과 몇달 전까지 국가를 운영했다는 야당이 어찌 이리 무책임하고, 극우 코드 맞추기에 혈안이 돼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가.
이날 중국인 단체관광객 2700명이 인천항을 통해 입국해 면세점·시장·관광지를 찾았다. 정부는 무비자 입국 시기인 내년 6월 말까지 중국인 관광객 약 100만명이 방한할 것으로 보고 있고, 내수·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면세·관광·유통업계는 ‘중국인 특수’를 기대 중이다. 다음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11년 만에 방한한다.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과 시 주석 방한이 2018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내린 한한령으로 얼어붙은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중관계를 성숙하게 발전시키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