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이타미 준 나의 건축이타미 준 지음·유이화 엮음 | 김난주 옮김 | 마음산책 | 320쪽 | 2만3000원
제주 서귀포에 지어진 수풍석 뮤지엄은 제주도에 많다는 바람과 돌, 물에서 그 이름을 땄다. 이곳을 설계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1935~2011)은 수풍석 뮤지엄 작업을 의뢰받기 전부터 돌과 자연에 관심을 쏟았다. “현대건축에 결여된 결정적인 것은 야성미와 따스함이 아닐까 합니다.” 이타미 준은 1997년 건축평론가 차기설과의 대담 중 ‘자연의 요소를 건축에 즐겨 도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타미 준은 “그 고장에서 생산되는 돌과 흙을 재료로 지역의 특성과 풍토에서 비롯된 전통적 기법과 역사적 비법 등을 건축에 도입하”며 야성의 건축을 해냈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 ‘석채의 교회’와 ‘나무의 교회’를, 제주의 ‘흙의 교회’를 지으면서도 자연을 가까이하며 ‘폐허가 되더라도 빛나는 건축’을 꿈꿨다.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처럼. 그는 수풍석 뮤지엄과 포도호텔, 핀크스 컨트리클럽을 설계한 뒤 “파르테논에 미치기에는 한없이 멀다”면서도 “조형의 순수성과 작가의 강인한 염원을 담은 조형 감각만은 절대 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타미 준은 조선의 아름다움에 관해서도 탐구했다. 일본식 예명을 썼지만 유동룡이라는 본명과 한국 국적을 지켰던 그는 “제 몸을 흐르는 피와 저를 둘러싼 환경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는 조선의 백자에서 “느긋하고 여유로운 형태와 풍정”을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 철학”과 “온기 같은 인간미”를 읽어냈다. 조선의 건축에서는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경향”을 발견했다.
건축가이자 저술가였던 이타미 준이 1973년부터 2005년 사이에 쓴 글을 후배 건축가인 딸이 엮어 책이 출간됐다. 시대를 넘나들면서도 한결같던 이타미 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마두로의 미국 비난 직후 공격‘마약 운반선’ 주장…3명 사망
미 의회 ‘전쟁’ 공식 승인 없이혐의 입증·재판 과정 등도 무시베네수 정권 교체 압박 해석도
미국이 마약 카르텔 운반선 단속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격해 11명이 숨지며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군이 공해에서 또다시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격해 3명이 사망했다. 미군이 법적 절차 없이 살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오늘 아침, 내 명령에 따라 미군은 남부사령부 관할 지역에서 확인된 매우 폭력적인 마약 밀매 카르텔에 대한 두 번째 공격을 단행했다”며 이 공격으로 3명의 남성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네수엘라 출신 테러리스트가 마약을 운반하고 있었다면서 “경고한다. 미국인을 죽일 수 있는 마약을 운반하면 우리는 당신을 추적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글과 함께 올린 영상에는 마약 카르텔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소형 선박이 미군의 공격을 받고 폭파되는 장면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국제 수역(공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지만, 선박의 구체적 위치나 사용된 무기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한 직후 나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미군이 지난 2일 자국 선박을 공격해 11명이 숨진 사건을 “전면적 침략”으로 규정하고 미국과의 소통을 단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마약 카르텔에 대한 강경 수사를 지시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선 “죽음과 전쟁의 군주”라고 했다.
미국이 공해상에서 해외 선박을 공격하는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마약 밀매가 미국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가 아니며 미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카르텔과의 전쟁’을 공식 승인한 사실도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마약 카르텔을 해외 테러단체로 지정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에 카르텔을 잡기 위해 해외에서도 군사력을 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입증과 기소, 재판 과정 없이 배에 탄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도 국제인권법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처음 공격한 선박에 마약 카르텔과 무관한 민간인이 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가 마약류가 더 많이 운반되는 태평양이 아닌 카리브해에 병력 4500명과 군함, 전투기를 투입한 데에는 ‘눈엣가시’ 마두로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미 국무부는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 총책임자로 지목하며 지난달 그의 현상금을 5000만달러(약 689억원)로 기존보다 2배 올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영토를 직접 침공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에 ‘카리브해의 주권과 평화를 위한 특별회의’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 그는 “카리브해와 남미에서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며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는 평화를 원한다”고 CELAC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