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에비뉴원 11일 오전 1시30분(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굳게 닫혀 있던 바리케이드 문이 열렸다. 문 뒤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이 한 명씩 나와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평상복 차림에 수갑은 보이지 않았다. 짙게 선팅된 차창 너머로 버스에 탄 사람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지난 4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노동자 316명이 일주일 만에 풀려나는 순간이었다.
ICE 구금시설에선 전날 오후 10시 무렵부터 본격적인 출소 준비가 진행됐다. 8대의 전세버스가 속속 ICE 구금시설 안으로 들어섰다. 시동을 끄지 않고 세워져 있는 차량 주위에서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가 무언가를 상의하며 분주히 오갔다. 차 안에 미리 생수와 간식을 실어놓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 10일 미국을 떠날 예정이던 전세기가 취소된 후 적막만 흐르던 전날 새벽과는 딴판이었다.
애초 이들의 석방 예정 시점은 지난 10일 새벽이었다. 대한항공 전세기가 애틀랜타 공항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 당국이 급작스럽게 석방을 잠정 보류하면서 구금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절차가 중단된 이유는 ‘미국 측 사정’ 때문이었다.
미국 측 사정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고,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이니 수갑을 채워서 이송하겠다고 (미국 측이) 그래서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다가 중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석방 절차는 바로 다음날 극적으로 재개됐다. 한국인들을 버스에 태워 공항으로 이송하는 도중에는 수갑을 채우지 말아 달라는 한국 측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격 수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 기술 인력들이 미국에 계속 남아 일하면서 미국인을 고용·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교당국이 구금자들의 피로감 등을 이유로 들어 일단 귀국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이날 석방이 성사됐다.
현장을 찾은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관계자는 구금자들을 공항으로 실어나를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다소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구금된 한 직원이 전세기가 뜬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일 나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에게 공항까지 나오시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밝은 목소리로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10일 새벽 석방이 보류되자 다시 전화를 걸어 침울한 목소리로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하루 사이에 지옥과 천국을 맛봤을 이들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일부는 취재진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ICE 측은 호송 차량으로 이송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제공한 버스로 이동하기로 합의됐다. 대신 ICE 요원들이 각 버스에 동행해 공항까지 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ICE 구금시설과 애틀랜타 국제공항까지는 430㎞가량이지만 ICE가 지정한 도로로 이동해야 해 공항까지 총 8시간가량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인원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버스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 휴게소는 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지수가 10일 역사상 최고점을 새로 썼다.
이날 코스피는 오후 2시19분 기준 전장보다 56.88포인트(1.73%)오른 3316.93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1년 6월 25일 기록한 코스피 역대 최고점(3316.08·장중 기준)을 돌파했다.
그동안 코스피는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4년 넘게 최고점을 넘어서지 못한 채 횡보했다. 지난 4월엔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의 영향의 여파가 겹치면서 코스피가 2290선까지 후퇴했다.
코스피 지수 흐름이 반전된 건 이재명 정부 들어서다. 두 차례 걸친 상법 개정 등으로 증시가 빠르게 반등해왔다. 특히 이달 들어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개정안과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책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이날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수그러들고 미국의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화된 것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인하에 수혜를 보는 기술주가 반등하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국내 반도체주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1.47%), SK하이닉스(5.21%) 모두 상승했고, 7거래일 연속 반등한 SK하이닉스는 주당 30만원을 넘기면서 두달 만에 ‘30만닉스’를 돌파했다.
한·미 금리차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에 원·달러환율도 하향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수급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1조원어치를 순매수, 기관은 약 7400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견인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정책 되돌림 기대감도 외국인 자금 유입의 재개 요인”이라며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밝다는 전망도 지속되는 등 기대감을 반영해 외국인과 기관 모두 3거래일 연속 동반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