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강간변호사 “쌤, 플라스틱 뚜껑 어디 있어요?”
지난 3일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교실을 분주하게 돌며 플라스틱 뚜껑을 찾는 이곳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동초등학교의 자원순환교실이다. 이곳 아이들은 병뚜껑을 모아 키링을 만들고, 우유팩을 모아 화장지로 바꿔 쓰는 것이 일상이다.
아이들이 찾은 ‘자원순환 쌤’은 올해 정년 퇴임을 앞둔 40년차 교사 임성무씨(62)다. 그는 교직생활 내내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데 힘을 쏟았다. 아침에는 아이들과 학교 숲과 텃밭을 산책했고, 주말에는 산과 하천, 습지를 찾아 생태 감수성을 깨워주려 했다. 아이들의 스승은 자연이라는 게 그의 교육 철학이다. 임씨는 “페스탈로치의 말대로 아이들을 자연으로 데리고 가면 자연이 가르칠 것”이라며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할 때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평교사’다. 줄곧 학급 담임을 맡다가 올해는 과학과 음악 수업을 담당하는 교과 전담 교사로 있다. 그는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 현장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장·교감으로 승진하는 것보다는 평교사로 정년까지 가는 길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1995년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환생교)을 시작해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 4대강 사업 저지 활동 등 주요 환경 현장을 지켰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5년째 ‘화요공부방’을 열어 매주 기후·생태 전문가 강연을 듣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환생교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임 교사는 전국에 어디든 환경 문제가 있는 곳에는 환생교가 함께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문제, 모든 운동의 끝은 교육”이라며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가르치려면 현장을 아는 교사가 필요하고, 환생교가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 교사가 특히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야말로 교육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 역사, 문화, 사회 우리가 배운 모든 지식은 자연에서 왔는데 대부분 교사는 교과서로만 가르친다”며 “그래서는 제대로 된 가르침을 줄 수 없다. 아이들을 자연으로, 시장으로, 문화유산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야한다. 그래야 지식이 구체화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음악, 과학 수업 속에도 생태교육을 녹여낸다. 벼 이삭이 나오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직접 벼를 보여주거나, 매미 울음을 들려주고 종류를 구분하게 하는 식이다. 지난 여름 방학에는 아이들과 수목원에서 새를 관찰했다.
임 교사는 “아이들과 수목원에서 새 조사를 하면 처음엔 관심 없던 아이들도 며칠 만에 20종 가까이를 구분해낸다”면서 “다친 새를 발견해 119에 신고하면서 ‘왜 대구에는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없냐’고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배우면 아이들은 달라진다”고 했다.
그가 교사로서 찾는 마지막 현장은 오는 27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이다. 이번 행진에서 환생교 회원들은 대형 동물인형을 쓰고 퍼레이드를 벌일 예정이다. 광장에서 큰 판을 벌이고 그 힘으로 다시 아이들을 마주하려고 한다.
임 교사는 “행진을 하면 다시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환경을 위한 소소한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우리나라를 움직일 수 있겠구나.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집결하면 지구도 움직일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희망으로 또 환경 운동을 할 수 있고, 더 힘을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해 온 그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고맙다’고 말할 수 있도록, 실망하지도 절망하지도 말고 계속 환경 운동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피자가게에서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 등 3명을 흉기로 살해한 가게 점주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살인 혐의를 받는 피자가게 점주 A씨(41)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조원동에 있는 자신의 피자가게에서 프랜차이즈 본사 임원 1명과 동행한 인테리어 업자인 부녀 2명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자해해 부상을 당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A씨는 수술을 받고 최근까지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날 A씨가 퇴원하자 체포해 조사한 뒤 법원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 측은 “인테리어 문제로 힘들었다”며 범행 동기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게에서 누수가 발생해 보수가 필요했는데 인테리어 업체와 본사 측이 보수해주지 않아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무상수리 기간 1년이 지나 유상수리를 해야 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취재진이 ‘피해자 유족에게 할 말이 있냐’고 묻자 A씨는 울먹이며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왜 흉기를 휘둘렀나’ ‘인테리어 사업 관련 갈등이 있었나’ 등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포식하는 자본주의
미국 페미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와 스위스 철학자 라엘 예기의 대담집.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본주의가 왜 스스로를 갉아먹다가 결국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해 포괄적인 이론을 전개한다. 장석준 옮김. 프시케의숲. 2만5000원
▲괴물의 등장
저자는 전염병이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의 민낯이 키워낸 ‘사회적 괴물’의 등장이라고 본다. 전염병 확산은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취약성이 낳은 필연적인 재앙이라는 것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우석균·김주연 옮김. 한울. 2만8000원
▲정동연구 지도제작
최근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정동(affect)’ 개념이 정치, 노동, 인종, 젠더, 예술 등의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핀다. 외국 필자들의 글 6편과 번역에 참여한 한국 연구자들의 해제가 실렸다. 알리 라라 엮음. 권명아 외 4명 옮김. 갈무리. 2만5000원
▲월스트리트의 유대인들
1848년 전후 독일에서 미국으로 온 유대인들은 금융업에서 크게 성공했다. 유대인 금융가들이 월스트리트의 금융 권력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혁명, 대공황 등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풀어낸다. 대니얼 슐먼 지음. 민태혜 옮김. 생각의힘. 3만8000원
▲강의 | 롤랑 바르트의 죽음들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콜레주드프랑스 취임 연설과 바르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81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발표한 애도의 글을 묶은 책. 데리다의 글은 우정과 애도, 타자성이라는 데리다 철학의 테마를 보여준다. 김예령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