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동행매니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을 지난주에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정 전 부사령관은 수사기록 이첩 보류 등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를 직접 듣고 해병대에 전파했다. 특검팀은 이번 주 이 전 장관의 핵심 참모인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조사하는 등 국방부 ‘윗선’ 수사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정 전 부사령관을 지난 주 3차례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전 부사령관은 채 상병 순직사건이 발생하고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시기 해병대 사령부의 2인자였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직후 이 전 장관과 대면 회의를 했고,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이 지시하거나 지시받은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정 전 부사령관을 상대로 수사기록 이첩 보류 등에 관한 이 전 장관의 지시사항과 이후 해병대 사령부의 논의 내용 등을 확인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31일 ‘VIP(윤 전 대통령) 격노’ 이후 이미 예정돼 있던 언론 브리핑을 갑자기 취소하고 긴급회의를 소집했는데, 이 자리에 정 전 부사령관도 배석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이 전 장관이 회의 자리에서 언급한 지시사항 10가지를 받아 적었다.
정 전 부사령관의 ‘메모’에는 “누구누구 수사 언동(언급) 안됨” “보고 이후 형식적 휴가처리”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 됨” 등 내용이 담겨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힐 핵심 증거로 꼽혔다. 당시 “이첩 보류는 지시했지만 특정 인물을 빼라고 한 적은 없다”는 이 전 장관의 해명과 맞지않아 논란이 됐다. 정 전 부사령관은 첫 군검찰 조사 때 자신의 메모가 모두 장관 지시 내용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외압 의혹이 거세지자 “장관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은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특검팀은 오는 11~12일 이 전 장관의 최측근인 박 전 보좌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이틀에 걸쳐 조사하기로 했다.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8월 채 상병 순직사건 초동조사결과를 재조사했던 국방부 조사본부에 ‘혐의자 축소’를 직접 지시하는 등 수사 외압 의혹 전반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명 혐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지난 3일 박 전 보좌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모해위증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정 특검보는 “박 전 보좌관은 (특검에서) 몇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이번 주부터는 피의자 신분으로 개별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날 오전부터 신 전 차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신 전 차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다음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 일정도 조율할 방침이다. 이 전 장관은 오는 17일 처음 특검에 출석해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받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날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의 직무 정지를 위해 분리파견 조치를 했다. 정 특검보는 이를 특검 측이 요청한 것은 아니라면서 “외부적으로 직무배제 안 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국방부가 (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특검에서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관련 피고발인 신분이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수사외압 의혹 관련) 참고인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꿈꾸는 미니멀라이프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미니멀라이프를 말하지만, 그것이 품은 이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을 버리기로 한” 당신은 집 안의 물건을 하나씩 버리지만, 물건은 다시 집 안 가득 넘친다. 집은 보관창고가 된다. 차고 넘치는 생활의 과잉들, 넘치는 상표와 말들. 우리는 “인간 없이도” 돌아가는 24시간 “무인” 세탁소, 카페, 제과점에 간다.
시인은 “무인 우주선”을 타고 “나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위해 “꿈의 궤도”를 돌고 돈다. 그곳에서 “이제 여긴 아무도 없네요” 외치며 “비로소 숨을 쉬어”본다. “해변의 잡초들”처럼 “손톱과 모발”은 계속 자라난다. 쓸모없는 우리들의 욕망도 사라졌다가, 다시 더 큰 욕망이 되어 세계를 조금씩 망가뜨리고 있다.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 90분을 훌쩍 넘긴 152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분야별로 기자들의 질문 21개에 답했다. 취임 30일 기자회견 때 질문 15개를 소화한 것에 비해 6개 더 많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난달 15일 취임식격인 국민임명식에서 착용했던 흰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대통령실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회견장은 대통령 좌석에 연단을 두지 않고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도록 했고, 대통령과 기자단의 거리 역시 1.5m로 가깝게 유지됐다. 취임 30일 회견과 달리 떨어져 앉아 시야가 가렸던 기자들을 배려해 뒤쪽 기자석은 3단으로 쌓은 단 위에 좌석을 배치했다. 오케스트라형 좌석 배치가 영화관형 배치로 바뀐 셈이다.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란 슬로건 아래 진행된 회견은 지난 100일을 담은 영상을 시청한 뒤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으로 시작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대통령과 기자들이 사전에 질문을 정해두는 ‘약속 대련’을 없애기 위해 취임 30일 회견 때 도입한 질문자 추첨제의 틀은 유지했다. 중구난방 질문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자들이 미리 준비한 분야별 필수 질문을 먼저 소화한 뒤 질문자를 추첨하거나 지목하는 방식을 병행했다. 필수 질문은 분야별로 덮개를 가린 질문 A, B 중 이 대통령이 선택하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대부분의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했다. 특정 질문에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점검해 보겠다”는 등 간결하면서도 솔직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 특유의 화법인 비유법도 자주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확장재정 기조를 설명하면서 “배고파 일 못 할 정도면 외상으로 옆집 식당에서 밥 먹고 일해야지, 칡뿌리 캐 먹고 맹물 마시면 죽는다”면서 “뿌릴 씨앗이 없으면 씨앗 값을 빌려서라도 씨를 뿌려야 된다”고 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언급하면서는 “무슨 거북이 논리에서 그런지”라며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준 것으로 의심되는 금거북이를 연상케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개인으로 따지면 머리 같은 것”이라거나, 검찰 수사 피해를 얘기하다 “제가 외계인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관련 답변 때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속담을 차용해 “구더기가 안 생기게 악착같이 막아야지, ‘장독을 없애자’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불신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방송 보시는 주가조작 사범 여러분, 앞으로는 조심해서, 하지 마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장내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이 대통령은 “(준비한) 마무리 발언은 안 해도 되고 그 틈을 여러분에게 드리겠다”며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추가로 주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 퇴장 후 참석자들에게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더피 캐릭터가 그려진 배지 형태의 핀 버튼과 100일 떡을 나눠주며 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