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변호사 “연예인 온 줄 알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8일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2023년 4월부터 경상남도 양산 자택 근처에서 운영중인 ‘평산책방’의 ‘책방지기’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날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책 잔치다. 전직 또는 현직 대통령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건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평산책방 부스를 찾았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나타나자 삽시간에 관람객 수백명이 부스 주변으로 몰렸다. 문 전 대통령은 서점 이름이 새겨진 앞치마를 두르고 관람객들과 일일히 인사하는 등 30분간 머물렀다. 문 전 대통령은 부스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던 백창화 작가와 인사를 나눴으며, 백 작가의 책 ‘숲속책방 천일야화’를 들고 관람객에게 추천했다.
평산책방은 이번 도서전 기간 중 과거 문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퇴임한 후 최근까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추천한 도서 137종을 도서전에 가져왔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다른 출판사 부스들을 둘러보고 주빈국인 대만관을 찾아 렉스 하우 타이베이도서전재단 대표 등과 환담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후 5시에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에 참석해 시상하고 축사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에도 서울국제도서전을 찾는다. 도종환·안도현·박성우 시인의 북토크를 객석에서 관람할 예정이다. 사전 신청을 받아 선정된 30명을 대상으로 한다. 평산책방 상임이사인 박성우 시인은 “책을 사러 양산까지 내려오시는 분들이 많아 답례하는 느낌으로 서울에서 부스를 열었다”며 “수익금 전액은 공익사업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활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김윤태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을 해임한 국방부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9일 김 전 원장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해임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월 “KIDA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2021년 이 후보 공약 개발을 불법으로 지원했다”며 국방부에 김 전 원장 해임을 요청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2월13일 KIDA 이사회를 열어 김 전 원장의 해임안을 의결했다. 김 전 원장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해 2월6일 퇴임했는데, 국방부는 퇴임한 김 전 원장의 임기를 2월16일까지로 연장한 뒤 해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전 원장은 해임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김 전 원장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국방부 해임 처분에 대해 “이미 원장의 지위에 있지 않아 해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처분으로 위법하다”며 “임기에 관한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해 그 위법이 중대·명백하다고 판단되므로 처분은 무효”라고 했다. 국방부는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국방연구원 정관 규정을 해임 근거를 내세웠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국방부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란·김건희·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할 ‘3대 특별검사(특검)’의 본격 가동이 임박하자 이 사건들의 ‘원래 책임자’였던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이 갑자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부실수사 의혹을 비롯해 각 수사기관의 내란 사건 연루 등이 제기된 상태에서 비판 여론을 만회하려고 막판 속도를 붙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기관 개혁을 예고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로 경쟁하며 각자 살길을 찾으려 나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검·경·공수처는 최근 경쟁하듯이 압수수색 및 관련자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각 기관들이 맡았던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 특검이 출범하게 됐지만 특검에 맡기기 전에 최대한 자신들이 막판 수사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먼저 검찰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수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세 번째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앞서 두 차례 소환조사는 김 여사 측이 불응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 형사부도 김 여사 측에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그러자 지난 16일 김 여사는 우울증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서울고검 수사팀은 전 수사팀이 4년여동안 확보하지 못했던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식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새롭게 압수하기도 했다. 검찰은 두 사건 수사 모두에서 늑장·부실수사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은 12·3 불법계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저지 및 경호처 동원 증거인멸 혐의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실 비화폰 기록 등을 압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윤 전 대통령에게 세 차례 소환조사를 통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불법계엄에 경찰청장 등 수장들이 가담한 혐의로 지휘부가 재판을 받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순직사건을 다룬 공수처는 수사가 2년 가까이 지연됐다가 최근 군 관계자 소환조사 등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내란 수사를 했던 공수처는 수사과정에서 수사력 부족 논란을 빚으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세 수사기관 모두 특검 출범여부와 상관없이 조직 자체가 흔들리던 터였다. 존재 위기 속에서 특검이 본격 가동을 앞두자 제각각 막판 스퍼트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안으로는 조직을 다시 다잡고 밖으로는 위기감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특검에서 이들 세 기관은 서로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맡을 사건들에는 현재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검찰수사관, 경찰 수사관, 공수처 검사·수사관들이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 각 특검은 이들 기관에 인력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경쟁 구도에 있었지만 한솥밥을 먹게 될 운명인 셈이다.
문제는 특검에서의 활동에 따라 향후 조직의 명운도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검찰개혁 등을 예고한 이재명 정부에서 기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검찰은 더 가열차게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역시 이번 특검을 ‘검찰을 넘어설 기회’로 보고 수사 성과를 내려고 집중하는 분위기다. 공수처도 이번 정부에서 ‘위상 정립’을 목표로 “최대한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소극적으로 진행되던 수사가 특검을 앞두고 속도를 내는 건 직무유기를 피하려는 것이 크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라는 ‘거악’을 잡는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