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득기’란 사람 이야기처럼, “이름이 뭐요?” 물으면 “안득기요”, 아니 “이름이 뭐란 말이요?” “안득기란 말이요.”
그처럼 아무리 불러도 안 듣기(들리)고 대답 없는 사람이 된 홍콩 영화배우 장국영. 그가 죽고 홍콩 영화도 뒷전으로 밀린 거 같아. 요새 아이들은 홍콩 영화를 잘 모르덩만.
지난주 영화음악 강의를 할 게 있어 홍콩 영화들을 다시 봤다. 애정하는 영화 <첨밀밀> <화양연화> <중경삼림>. 배우 이소룡, 성룡, 주윤발, 장국영, 양조위, 양자경, 장만옥… 기억 저편 아스라한 이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다른 일로 통화할 일이 있어 이설야 시인과 얘기하다 시집을 잘 읽었다고 말했는데, 그분 시 가운데 ‘물고기 극장’이라고 있지. 동인천 뒷골목 어디나 수협 창고 근처에 있을 것 같은 극장, 물고기 극장. 그 곁에 어디 있다고 하는 심지음악감상실. 사내에게 뺨을 맞은 여자의 울음소리에 다리가 후들거리는 골목 끝에, “새로운 날씨를 물속에 새기는 오늘, 은어다리를 건너가던 별들이 떠 있다는 물고기 극장”. 세상에서 겪는 모든 일은 나와 당신이 주인공인 영화가 맞다. 세상의 모든 곳이 그러니까 극장일 테지.
지난주 영화감독인 친구 부부랑 하루를 꼬박 지내면서 그런 극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연중 내내 좋아하는 영화만 콕 집어서 줄곧 틀어주는 극장. 물고기 극장은 물고기가 주로 나오는 영화 <인어공주>를 틀고, 강아지 극장은 <벤지>하고 <베토벤>만 나오겠고만.
나는 홍콩 영화만 계속 보고 싶어라. 이름하여 홍콩 극장, 죄를 지은 자가 벌을 달게 받는 일벌백계 권선징악의 무협 영화도 틀어주면 좋겠어. 왜 내란의 역군들이 길에 버젓이 돌아다니는가. 영화의 전반은 아찔하고 중반은 너무 지루해. 이제는 영화도 종반부로 흘러서 뭔가 좀 속이 후련했으면 좋겠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대응해 “이란의 외교 접근 방식이 새로운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국 핵시설 피해가 상당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밤 공개된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과 미국 간의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협상에서 이란 국민의 권리를 강하게 수호했다. 그러나 미국은 목표 달성에 실패하자 전쟁이라는 수단에 의존했고, 이스라엘 정권이 이란을 공격하도록 방치했다”며 이를 “외교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경험은 앞으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과 관련해서는 “이번 핵시설 피해는 가볍지 않으며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란원자력청(AEOI)에서 상황을 면밀히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 우라늄 농축 활동의 핵심인 포르도 핵시설 상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날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핵시설이 심하게 손상됐다”며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바 있다.
지난 22일 미국이 B-2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이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시설 3곳에 벙커버스터 폭탄 등을 투하한 직후 이란 측에서 폭격 피해를 평가절하했던 것에서 대조된다.
당시 국영 프레스TV는 소식통을 인용해 “3곳 시설이 오래전에 대피했고 농축 우라늄도 안전한 곳으로 이전됐다”며 “(핵시설) 출입구에 가벼운 표면적 손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공격이 성공적으로 저지됐다”고 보도했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핵시설 피해를 협상에서 유리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말을 인용해 “이란은 절대 굴복하지 않으며, 자국 입장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이란은 외교를 여전히 중시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협상 재개 여부는 신중히 평가되어야 한다”면서 “향후 어떠한 결정도 오로지 이란의 국가 이익과 국민 복지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8명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진철 전 인사수석, 김영석 해양수산부 전 장관,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도 무죄가 확정됐다. 함께 기소된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은 2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 전 실장 등은 2015년 11월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는 안건을 의결하려고 하자 이를 방해한 혐의로 2020년 5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으로부터 기소됐다.
이들은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과 10개 부처 공무원 17명 파견을 중단시키는 한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논의를 중단시키고 이헌 당시 특조위 부위원장 교체방안 검토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직권을 남용해 특조위의 진상규명 업무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실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봤다.
1·2심은 이들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중단 등에 실제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직권남용 사실을 인지했다고도 볼 수도 없다고 했다. 2심 재판부도 “특조위원장이 갖는 권리는 법령에 따라 주어진 일정한 직무상 권한일 뿐”이라고 했다.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을 중단한 혐의에 대해선 “직권남용죄 성립을 긍정할 수준의 인식이 있었다거나 서로 암묵적·순차적으로라도 공모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은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상고심의위원회 심의를 걸쳐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 이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정부 공무원들이 청와대 및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 특조위 설립·조사 과정에서 조직적 방해가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렵게 설립한 특조위를 방해한 것은 국민을 크게 좌절시킨 행위였다”며 “진상규명을 방해한 국가책임자들의 범죄를 보수적이고 협소하게 해석해 끝내 시민과 진실의 편에 서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과 별개로 서울동부지검은 2018년 위법한 문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이 전 실장과 안 전 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김 전 장관, 윤 전 차관 등 5명을 기소했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를 거쳐 지난해 4월16일 대법원에서 윤 전 차관의 일부 유죄와 나머지 피고인들의 무죄판결 확정으로 마무리됐다. 윤 전 차관은 해수부 공무원들에게 특조위 동향 파악을 지시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