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하는법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징계를 받은 전 문화체육부 관료가 지난달 초 문체부 산하 법인 대표로 임명된 사실이 23일 뒤늦게 드러났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대선을 1개월 앞두고 ‘알박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체부는 지난 5월 9일 국립문화예술시설을 운영·관리할 국립문화공간재단 초대 대표에 우상일 전 문체부 예술국장(65)을 임명했다.
우 대표는 2017년 예술국장 시절 당시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보고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 봉준호·박찬욱 감독 등 세계적 영화 감독들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조 전 장관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우상일 국장으로부터 (리스트가 있다는) 확정적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 대표는 이 문제로 2017년 10월 정직 1월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 대표는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으로 여야 방이 오갔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체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쪽지를 건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 대표는 문체부 퇴직 후 윤석열 정부 시절 2022년 한국관광공사가 대주주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경영본부장에 내정됐다가 “국정 농단 핵심인사 임명에 반대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당 반발 등으로 사퇴했다. 우 대표는 2023년 보수 성향 문화예술단체 ‘문화자유행동’ 창립 당시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 단체는 창립 직후 다른 보수 성향 단체들과 함께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국립문화공간재단은 서울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내년 중순 개관하는 당인리문화창작발전소 등 앞으로 신설될 국립문화예술시설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문체부 직속 기관이다. 문체부 예술국장과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등 5명이 이사진으로 참여한다.문체부는 국립문화공간재단은 문체부 장관이 대표를 임명하도록 정관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우 대표 임명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즉각 비판했다. 문화연대와 ‘블랙리스트 이후’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블랙리스트 실행 책임자 우상일의 국립문화공간재단 대표 임명은 정치적 기획 인사”라며 “이재명 정부는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을 포함한 ‘블랙리스트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