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돼 캐나다를 방문했지만 러시아를 비판하는 공동성명 도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모두 불발된 채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AP·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사태 대응을 이유로 급거 귀국해 이날로 예정됐던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개국 정상들만 남은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은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는 동맹국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조건 없는 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G7 차원에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은 이뤄지지 않았다.
순회 의장국인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는 G7 공동 성명 초안을 마련했지만 수위를 낮추기를 원하는 미국 반대로 아예 채택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완화된 표현으로 성명을 낼 바에는 차라리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발표 자체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양자 회담에서 “G7은 (러시아가 빠지기 전까지) G8이었다. (러시아를 제외한 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면서 러시아가 제외되지 않았더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G8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캐나다 매체 글로브앤드메일은 올해 G7 정상회의가 채택한 7개의 성명 어디에서도 우크라이나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G7 내부 분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했다. 지난해 G7 공동 성명에 우크라이나가 53번 언급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공동성명은 무산됐지만 캐나다와 영국은 독자적인 대러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캐나다는 20억캐나다달러(약 2조원)의 추가 군사 지원, 러시아의 불법 원유 수송 선단에 대한 새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도 러시아의 군사 작전과 연계된 인물 및 단체에 대한 신규 제재를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캐나다 방문 일정을 축소하고 조기 귀국을 택했다. 우크라이나 UNN통신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 예정이던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귀국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조기 귀국 결정은 러시아의 키이우 대규모 공습과 G7 회의 의제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사가 2024년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96일째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19일 고공농성을 해제한다. 하청지회 간부 5명을 대상으로 회사가 제기한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도 취하될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한화오션 하청노사가 전날 2024년 단체협약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18일 밝혔다. 노사는 상여금 50% 인상과 상용직 고용 확대를 위한 노사 협력, 조합원 취업 방해 금지, 산업재해 예방활동 등 조항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조합원 투표를 거친 뒤 19일 조인식을 한다. 김 지회장도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의 철탑에 오른 지 97일 만에 땅을 밟을 예정이다.
하청지회는 상여금 인상 등 상용직 임금이 개선된 점을 성과로 꼽았다. 현재는 연간 50%의 상여금을 받았는데, 노사는 이번 합의안에서 연간 100% 지급으로 합의했다. 과거 조선업 불황으로 상여금이 삭감되자, 노동자들이 고용이 불안정한 대신 당장 급여는 많은 물량팀을 택하면서 상용직 비중이 크게 줄었다. 노사는 이번 합의가 상용직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사는 “회사는 조합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지 아니한다”는 취업 방해 금지 조항도 넣었다. “노사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조합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하여 상호 노력한다” “회사는 산재로 확정된 사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한다”는 등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관한 조항도 신설됐다. 금속노조는 이날 합의에 대해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투쟁이 마침내 승리의 작은 마침표를 찍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교착상태에 빠진 하청노사의 단체교섭이 극적 타결된 배경에는 정권 교체와 국회 등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여당 의원들이 농성장을 방문해 노사 양측에 신속히 교섭을 타결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과 한화오션이 만나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하청노사 교섭이 타결되며 한화오션이 하청지회를 상대로 낸 47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할지 주목된다. 2022년 하청지회가 “이대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며 경남 거제 조선소 도크 점거 농성을 벌인 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지회 간부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한화오션은 이날 원청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고소·고발 사건들에 대해 상호 일괄 취하하기로 합의했지만, 하청지회와의 소송은 아직 취하를 검토 중이다.
한화오션은 이날 “상생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대승적으로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준비 중”이라며 “현행법상 파업에 따른 경영 손실을 그대로 둘 경우 경영진 배임 등 법률적 리스크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포함해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 취하 등 노사 화합 조치가 장기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