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하는법 12·3 불법계엄 주동자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재판부의 보석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가 기각됐다. 법원은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재판부가 보석 조건을 걸어 석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김 전 장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이 내란 특별검사의 추가 기소한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대해 낸 ‘재판부 기피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내란 특별검사에 의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여서 법원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구속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된다.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홍동기)는 김 전 장관 측이 제기한 보석 허가 결정에 대한 항고를 24일 기각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16일 김 전 장관을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내렸다. 보석은 보증금 등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구속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김 전 장관의 보석 조건은 보석 보증금 1억원, 주거 제한 등과 함께 사건 관련자들과 연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김 전 장관 측은 “석방 결정이 아니라 사실상 구속상태를 불법으로 연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항고했다. 구속기간 만기로 석방될 경우 별다른 조건이 붙지 않는데, 보석 석방되면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은 김 전 장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김 전 장관에 대한 조건부 보석 석방 결정 효력은 일단 유지되게 됐다. 김 전 장관 측이 재차 불복해 재항고하면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김 전 장관의 구속기간 만료일인 오는 26일까지 대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김 전 장관은 보석 조건 없이 석방된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8일 내란 특별검사에 의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이날 김 전 장관 측의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현행법상 재판 지연 의도가 명백한 기피신청은 해당 재판부가 바로 기각할 수 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이 포진해 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이란 핵시설 폭격이 불개입을 주장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로 가득 찬 트럼프 2기에서 벌어진 이유는 뭘까.
1기 행정부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오른쪽 사진)이 있었지만, 2기 행정부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마저 ‘패싱’하는 마이클 에릭 쿠릴라 중부사령관(왼쪽)이 있기 때문이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는 동안 이란 공격 계획을 짜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여러 번 무산시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이란 고속정 격침 방안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끝내 이행하지 않자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분노하며 그를 나약하다고 비난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대이란 강경파로 유명했지만 수많은 장병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국방장관에게 ‘이란을 비난하는 것’과 ‘이란과 전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철저히 국방부 내부 보고서에 의거해 전략적 판단을 내린 매티스 전 장관은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더라도 그것이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실세’ 쿠릴라 중부사령관이 있다. 그는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강력히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영국 텔레그래프는 그를 “이스라엘이 가장 아끼는 장군”이라고 불렀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고위급 군인들이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면 헤그세스 장관은 쉽게 설득됐다”면서 “덩치가 크고 근육질인 쿠릴라는 헤그세스와 트럼프가 그리는 강인한 장군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매우 능숙했다”고 말했다. 실제 헤그세스 장관은 중동에 전략자산을 증강해 달라는 쿠릴라 사령관의 요청을 한 번도 거부하지 못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할 수도 있는 상황에 부닥치자 방송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을 건너뛰고 쿠릴라 사령관과 직접 소통하면서 그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쿠릴라 사령관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더 대담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의 전 수석 고문인 댄 콜드웰은 팟캐스트에서 “쿠릴라는 대이란 군사 작전이 다른 작전들만큼 큰 비용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 같다”면서 “다음달 중순쯤 은퇴 예정인 쿠릴라가 그전에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공습한 이란 핵시설이 실제로 어느 정도 파괴됐는지 초기 평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번 군사작전의 성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추후 이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도 있는 고농축 우라늄 저장고는 크게 타격받지 않았으며 미국이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을 모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벙커버스터 폭탄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구멍 6개가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 중 일부는 원래 환기구가 있던 곳이어서 미군이 환기구를 정밀 타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핵 전문가 조지프 로저스는 “미국은 이를 구조적 취약점으로 간주할 만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도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핵시설 출입구가 파손되고 주변 산악지역 색깔이 갈색에서 회색으로 변한 점을 들어 벙커버스터가 명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전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설명한 대로 포르도 시설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핵시설에 “기념비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포르도 핵시설의 피해 상황에 대해 “현시점에서 IAEA를 포함해 그 누구도 포르도의 지하 피해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군의 공습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직결된 고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 등을 파괴했는지도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NYT는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최근 포르도에서 우라늄과 장비를 이동시켰으며 60% 농축 우라늄 400㎏을 사전에 빼돌린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 당국자들이 이란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을 모른다는 점을 인정했다고도 전했다. J D 밴스 부통령이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주 동안 우리는 그 연료에 대해 무언가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란과도 이 문제에 관해 대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시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상당량이 저장된 것으로 알려진 이스파한의 경우 구조물 손상은 확인되지만 지하시설까지 타격을 입었는지는 불확실하다. 미군은 이스파한에는 벙커버스터를 투하하지 않고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만 발사했다.
한편 이란 타스님 통신은 23일 이스라엘이 포르도 핵시설을 재차 공습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