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방법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18일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했지만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등으로 중동 상황이 긴박해지자,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불참으로 선회했다. 대통령실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이 대통령을 대리해 나토 회의에 참석한다고 23일 발표했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부터 나토 정상회의에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자격으로 3년 연속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나토 회의 역시 한국의 위상 제고, 주요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참석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자, 이 대통령이 국내에서 안보와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런 사정을 나토 측에 충분히 설명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야당 등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중국·러시아의 눈치를 보느라 불참한다고 비판한 것은 과도하다. 이 대통령은 외교정책의 근간은 한·미 동맹이며 이를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러시아·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한다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미·일·중 정상과의 연쇄 통화를 통해 이런 외교적 지향을 분명히 했다. 중동 정세 급변이라는 상황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나토 회의에 가면 ‘자유민주국가 진영’이고, 안 가면 친중·친러라는 것은 근거 없는 이분법적 논리에 불과하다. 일본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중동 상황을 이유로 나토 회의에 불참키로 했고, 호주도 총리 대신 국방장관을 보내기로 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미 정상의 첫 대면이 늦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7·8월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면 될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의 관세·통상·안보 압박으로, 중동발 국제 정세 불안으로 엄중한 외교 상황을 맞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지혜가 요구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외교 문제는 여야 할 것 없이 공동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야당도 일부러 정쟁거리를 만들려 해선 안 된다. 국익을 지키는 일만큼은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를 국민들은 바란다.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참사 발생 1년이 지난 24일 아리셀 공장 앞에 다시 섰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시간은 1년 전 그 순간에 머물러 있었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공장 역시 외벽이 녹아내린 흉물스러운 모습 그대로였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앞에서 진행된 추모제는 이날 오전 10시52분에 맞춰 시작됐다. 지난해 24일 최초 화재가 시작됐던 그 시각이었다.
위패 앞에 선 유족들은 한 명씩 헌화하며 고인이 된 가족의 죽음을 추모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슬퍼하며 머리를 숙였다.
사고로 아들과 며느리를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딸을 잃은 어머니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은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이주노동자 유족 A씨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도 항상 옆에 있을 거 같고 방문을 열고 ‘엄마’하고 부를 것 같다”라면서 “한국 땅이 살기 좋아서 내 자식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사고로 자식을 잃고 나니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교육 하나 없었고 위험한 건물인 것을 다들 알면서도 이런 곳에서 일을 시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면서 “아직도 우리 자식이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헌화를 마친 유족들은 아리셀 공장 터로 발을 내디뎠다. 아리셀 참사를 상징하는 파란색 꽃을 든 유족들은 한 걸음씩 나아갔다. 참사가 발생한 이래 유족들이 아리셀 부지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3동 건물 앞에 선 유족들은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연 뒤 그 안으로 파란색 꽃을 던졌다. 이어 잔해만 남은 공장 앞에서 유족들은 위패를 태웠다. 곳곳에선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소속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1년 동안 너무 많은 노력을 거쳐 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라면서 “그동안 사회적 참사는 반복됐고 유족들은 같은 아픔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떠나간 23명의 영혼이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면서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만이 우리 유가족이 온전하게 치유되는 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