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참사 발생 1년이 지난 24일 아리셀 공장 앞에 다시 섰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시간은 1년 전 그 순간에 머물러 있었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공장 역시 외벽이 녹아내린 흉물스러운 모습 그대로였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앞에서 진행된 추모제는 이날 오전 10시52분에 맞춰 시작됐다. 지난해 24일 최초 화재가 시작됐던 그 시각이었다.
위패 앞에 선 유족들은 한 명씩 헌화하며 고인이 된 가족의 죽음을 추모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슬퍼하며 머리를 숙였다.
사고로 아들과 며느리를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딸을 잃은 어머니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은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이주노동자 유족 A씨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도 항상 옆에 있을 거 같고 방문을 열고 ‘엄마’하고 부를 것 같다”라면서 “한국 땅이 살기 좋아서 내 자식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사고로 자식을 잃고 나니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교육 하나 없었고 위험한 건물인 것을 다들 알면서도 이런 곳에서 일을 시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면서 “아직도 우리 자식이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헌화를 마친 유족들은 아리셀 공장 터로 발을 내디뎠다. 아리셀 참사를 상징하는 파란색 꽃을 든 유족들은 한 걸음씩 나아갔다. 참사가 발생한 이래 유족들이 아리셀 부지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3동 건물 앞에 선 유족들은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연 뒤 그 안으로 파란색 꽃을 던졌다. 이어 잔해만 남은 공장 앞에서 유족들은 위패를 태웠다. 곳곳에선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소속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1년 동안 너무 많은 노력을 거쳐 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라면서 “그동안 사회적 참사는 반복됐고 유족들은 같은 아픔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떠나간 23명의 영혼이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면서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만이 우리 유가족이 온전하게 치유되는 길”이라고 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노동계는“정의에 눈감고 외투기업의 횡포를 정당화한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는 27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7명과 금속노조가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행정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별다른 설명 없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만 밝혔다.
일본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기업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발생 뒤 법인을 청산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17명은 정리해고됐다.
노동자들은 닛토덴코가 일방적으로 청산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생산 물량이 ‘쌍둥이 회사’ 한국니토옵티칼로 이관돼 사업이 계속된 점 등을 들어 고용승계 주장해왔다. 또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해고했다며 ‘불이익 취급’ 및 ‘지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2023년 4월과 8월 이들의 구제신청을 잇따라 기각했다. 해고 노동자 7명과 금속노조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날 행정법원에서 기각됐다.
노조측은 항소를 통해 다시 다투겠다고 했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우리는 오늘 또다시 법 앞에서 외면당했고 국제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법을 목격했다”며 “외투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싸워온 우리의 목소리는 외면받았고, 1심 재판부는 사용자의 책임 회피를 사실상 묵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는 이 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즉시 항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공정과 상식과 기본을 벗어난 이번 판결은 부당한 정리해고를 한 닛토덴코에 면죄부를 줬다”며 “한국옵티칼 7명의 노동자들을 벼량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들을 대리한 탁선호 변호사는 “법원은 형식적인 법인격을 기준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했다”며 “닛토덴코가 설립한 한국의 자회사들은 동일한 사업을 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임에도 각 회사를 별개의 법인으로만 보고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법에 따라 사용자에게 있는데도 이번 판결은 오히려 그 입증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면서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핵심 증거들은 무시했다”고 했다.
해고 노동자인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수석부지회장은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이날로 535일째 고공농성을 펼치고 있다. 고용승계 대상기업인 한국니토옵티칼은 여전히 노동자와의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27일 퇴원했다. 우울증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12일 만이다. 이제 특별검사팀이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사대상만 16개라서 되도록 빠르게 소환조사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극심한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재수사하는 서울고검 형사부에서 모두 김 여사측에 소환조사를 통보한 날이기도 하다. 김 여사 측은 “소환조사와 상관없이 입원이 예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는 자신이 연루된 사건에서 유일하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조사에만 응했다. 다만 제3의 건물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조사였고, 결론은 ‘무혐의’였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민중기 특검팀이 할 예정이다. 김 여사 측은 검찰 소환조사를 거부하면서 줄곧 “특검팀에서 조사를 받겠다”고 밝혀왔다. 조사 방식을 두고 ‘비공개 소환 요청’에 대한 말도 나왔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검에 ‘비공개 소환 요청’을 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특검의 정당한 소환 요청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피의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 등이 존재한다”며 “이와 같은 규정 등은 수사기관이 준수해야 할 원칙이자 법규”라고도 했다.
김 여사가 소환조사를 받을 의향을 내비쳤지만, 건강상 이유로 일정을 미루고자 할 때 특검팀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향후 수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여사는 검찰의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건강상 이유를 들기도 했었다. 김 여사와 관련한 특검 수사는 170일 안에 다 마쳐야 한다. 신속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소환조사가 미뤄지면 조사도 제대로 못 하고 수사를 마쳐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사건과 달리 특검팀은 사건의 정점인 김 여사를 수사 초반부터 불러 조사하고 일찌감치 신병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변 참고인과 피의자들을 조사한 뒤 사건의 정점인 핵심 피의자 조사와 신병확보에 나서지만, 이번엔 그 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상당히 진척된 사건들이 있어서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사건이나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청탁 의혹 등은 이미 관련자들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 곧바로 사건의 중심인물인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16개다. 김 여사 자신의 범죄혐의가 걸린 건 이 중 13개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연루된 이른바 ‘임성근·조병노 구명로비 의혹’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자료 등을 속속 확보해 살피고 있다. 이에 따라 먼저 소환조사를 할 수 있는 사안부터 불러 순차적으로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 대한 소환시기를 조율 중이다. 아직 김 여사 측에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김 여사 퇴원 시 소환조사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측이 비공개로 소환 요청을 할 경우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비공개 소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인지’ 질문이 이어졌으나, 김 특검보는 재차 “원칙대로 하겠다”고만 말했다. 민 특검은 비공개 소환 요청 수용과 관련해 논의를 했는지 묻자 “논의한 적 없다”고 답했다.
대한민국예술원이 배우 장미희를 포함해 신규 회원 7명을 추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신입회원으로는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문학평론가 이승원, 이화여대 명예교수이자 화가인 오용길, 배재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공예가 정해조, 계명대학교 석좌교수이자 서에가 김양동,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이자 작곡가 이건용, 연극연출가 한태숙, 영화배우 장미희 등 7명이다.
관련 법률상 예술원 회원 정원은 100명이나 현재 회원은 총 82명이다. 예술원은 예술 경력이 30년 이상인 자로서 230여개 예술 관련 기관과 단체의 추천을 받아 회원을 선출한다.
예술원은 이날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로 우찬제 문학평론가(문학), 화가 이봉열(미술), 무용가 채상묵(무용)이 선정했다. 만45세 이하 예술인(음악 분야는 만 40세 이하)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 예술가상에는 최진영(문학), 윤이랑·박관택(이상 미술), 백석광·민새롬(연극), 박종환(영화)이 선정됐다.
예술원상과 젊은예술가상 시상식은 9월5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