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불법 “AI(인공지능)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러나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해 가져올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거머쥔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메사추세츠공대 교수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혁신성장을 위한 에너지 정책방향 토론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AI와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다르시 드라우트-베하레스 존스홉킨스대 탄소중립산업정책연구소 박사는 “한국은 에너지 집약적인 반도체와 제조업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면서도 에너지의 80%를 수입하고 있다”며 “수입 에너지뿐 아니라 화석연료 의존 비율이 높아 향후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급속히 성장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AI 산업은 지금 100m 레이스처럼 숨 가쁘게 경쟁하고 있다”며 “3~5년 사이에 AI 산업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빨리 설비를 마련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이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올해 글로벌 데이터센터전력 수요는 10년 전보다 5배 늘어났다. 2035년에는 전력 수요가 올해 대비 3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AI 업계에는 설비 마련에 민간 투자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국가 지원을 요구했다. 이광용 네이버클라우드 상무는 “AI의 실시간 정보 처리에는 고도화된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AI가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전략적으로 규제와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재생에너지 전력망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AI는커녕 반도체 경쟁에서조차 밀려날 거라는 진단도 나왔다. 글로벌 공급망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등을 요구하는 등 반도체 업계에서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RE100 선언 기업이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나라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10%가 안 되는 나라”라며 “지난해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재생에너지 계획이 하나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전력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벼랑 끝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발언했다.
수도권에 편중된 전력 수요 등 고착화한 문제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내년 착공해 2031년 완공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박상인 교수는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 사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하루 빨리 특별법을 만들어 산업 공동화가 일어나는 동남권 지역에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교 연구위원도 “강원 지역 석탄발전소 전력을 송전망을 확충해 끌어오겠다는 등의 현재 계획은 탈탄소화면에서나 전력 공급면에서나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지역 차등 요금제 등을 통해 전력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곳에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를 입지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는 전력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구글은 딥마인드를 인수하자마자 데이터센터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관리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운영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며 “AI는 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면서 에너지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원래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이 참석 예정이었지만 하 센터장이 지난 15일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이광용 상무가 대신 자리했다.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사 범위를 기존보다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조류 충돌 가능성과 해양·대기 환경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민사회단체는 “공론화 제안조차 거부한 채 형식적인 절차로 강행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열고, 동식물상 조사 범위를 기존 사업지구 경계 300m에서 반경 2㎞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류 위치추적 장치는 기존 4종 50대 미만에서 다양한 종으로 확대하고, 장치 수도 5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양 생태계 조사 지점은 기존 3곳에서 6곳으로 확대되며, 대기질 조사 범위 역시 다른 공항 사례를 참고해 반경 2㎞ 이상으로 넓히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인구와 주거 항목은 기존의 일반항목에서 중점항목으로 격상돼 보다 정밀한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협의회에는 주민대표 2명과 전문가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은 대수산봉과 철새도래지, 동굴, 숨골 등 주요 생태·지질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협의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제주도는 이번 협의 결과를 오는 23일까지 승인기관에 통보하고 환경영향평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이번 협의회를 두고 “실질적인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0일 성명을 내고 “이번 협의회는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했다”며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사업계획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도민 공론조사 제안조차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비상도민회의에 따르면 협의회 중 한 위원이 도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숙의형 공론조사’를 제안했으나 국토부와 제주도는 이를 거부했다. 공론조사 여부를 갈등조정협의회에서 논의하자는 중재안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갈등 해결의 노력 없이 형식만 갖춘 절차 강행”이라며 “향후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건설 강행을 막기 위한 대응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야구 예능 콘텐츠 <불꽃야구>를 둘러싼 분쟁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불꽃야구>는 JTBC <최강야구>를 제작했던 장시원 PD 등 제작진(스튜디오C1)이 제작비 정산 문제 등을 둘러싸고 JTBC와 갈등이 커지자, 기존 출연진을 기용해 새로 런칭한 프로그램이다. 스튜디오C1은 지난달부터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지만, JTBC의 저작권 위반 신고로 영상들은 속속 비공개 처리됐다.
갈등은 <최강야구> 시즌4 제작을 앞두고 JTBC가 지난 3월 제작비 과다 청구를 문제삼아 장 PD와 계약을 정리하고 다른 제작진으로 <최강야구>를 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외부로 불거졌다. 그러나 장 PD와 스튜디오C1은 “‘과다청구’는 있을 수 없다”며 반박하고 독자적으로 <불꽃야구>를 런칭했다. 이에 JTBC가 지난 4월 스튜디오C1과 장 PD를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형사고소했다.
특히 스튜디오 C1은 지난달 5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불꽃야구>를 공개하면서 갈등은 최고점에 치달았다. <불꽃야구> 최고 동시 시청자가 최대 27만6000명(3화)을 기록하고, 두 번째 직관 경기 티켓은 7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등 여전한 인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JTBC의 저작권 위반 신고로 지금까지 공개된 7회중 1~5회가 비공개 처리된 상황이다.
<불꽃야구> 분쟁을 보면서 뉴진스 사태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뉴진스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소속사 어도어를 떠나 NJZ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법원에서 뉴진스 다섯 멤버의 독자적 활동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들은 어도어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어도어는 이미지 손실을 입었음에도 “제자리로 돌아오라”며 뉴진스를 포기하지 않는다. 잘 키운 콘텐츠를 서로 차지하려는 관계자들의 힘겨루기가 깔려있다는 점에서 두 사태는 닮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불꽃야구>의 경우 일부 팬들이 스튜디오C1 유튜브 채널에서 매일 ‘생사 확인’을 하고 있고, 지난 9일 공개된 6화 영상에는 “삭제됐는지 확인하러 들어온다”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과거 TV와 OTT에서 편리하게 시청하다가 이제 유튜브 생중계를 기다려야 해 접근이 어려워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오는 22일 케이블 채널 SBS플러스가 직관 경기 생중계를 예고했지만, JTBC의 반발이 커 생중계가 계속될지도 미지수다.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분쟁으로 약 1년 간 신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데뷔한 만큼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임에도 손발이 묶인 뉴진스 팬들의 실망도 매우 크다.
두 사태 모두 법적 공방까지 치달으면서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방이 길어지고, 자칫 진흙탕 싸움이 불거진다면 <불꽃야구>든 뉴진스든 팬들이 실망하고 떠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업 관계자와 법률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