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사기 여름의 뙤약볕이 느껴지는 외국 영화 두 편이 연달아 극장가를 찾는다. <28년 후>는 좀비물하면 떠오르는 어두컴컴한 배경이 아닌, 초목이 우거진 광활한 숲에서 펼쳐지는 좀비 생존물이다. <퀴어>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한 청년을 향한 중년 게이 작가의 갈망 어린 사랑을 담아낸다. 오싹하거나, 불에 델 듯 뜨거운 여름 색감의 영화들이다.
19일 개봉한 <28년 후>는 ‘뛰는 좀비’의 시초라 불리는 <28일 후>(2003)·<28주 후>(2007) 시리즈의 후속작이다. 분노 바이러스가 퍼져 영국 전체가 ‘격리 구역’으로 설정된 지 28년 후가 배경이다. 그간 감염되지 않은 인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그중 몇몇 생존자들은 썰물 때 드러나는 길로 본토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밀물 때엔 섬이 되는 ‘홀리 아일랜드’에 방호벽을 세워두고 마을을 이뤘다.
전기와 통신이 끊긴 마을은 28년간 수렵·채집·농경 위주의 중세 시대로 회귀한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남자아이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본섬으로 ‘출정’을 나가 좀비를 죽이는 연습을 한다. 무기는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활과 화살이다. 영화는 12살이 된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가 아빠 제이미(애런 존슨)와 떠나는 첫 좀비 사냥으로 이야기를 연다.
스파이크가 생애 처음 바다를 건너 다다른 본섬은 사람의 손이 오래 닿지 않아 숲이 울창하다. 문제는 푸릇푸릇한 생명력으로 가득한 숲에 사는 좀비들도 그간 진화를 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스테로이드 작용을 해 몸집과 달리는 속도 남다른 ‘알파’는 1순위 주의 대상이다. <28일 후>의 연출자이기도 한 대니 보일 감독은 지난 18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가만히 우리를 기다리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서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위험을 두루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8년 후>는 단편이 아닌 트릴로지(3부작)로 구성된다. 내년 개봉인 2편 말미에는 <28일 후>에서 주인공 짐 역할을 맡은 킬리언 머피가 등장한다. 보일 감독은 “(각본을 맡은) 알렉스 가랜드에 따르면, 1편이 ‘가족의 본질’을 다룬다면 2편은 ‘악의 본질’을 다룬다고 한다. 그리고 3편은 킬리언 머피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115분.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20일 개봉하는 <퀴어>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다. 1950년대 멕시코시티, 미국에서 도망친 뒤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던 작가 리(다니엘 크레이그)가 청년 유진(드류 스타키)에게 반하며 생기는 일을 담았다.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티모시 샬라메를 스타덤에 올린 감독의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연상된다. 이탈리아와 멕시코로 배경은 다르지만, 따가워 보일 정도로 강렬한 햇살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유사하다. 구아다니노 감독의 특기인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장면 묘사가 이번에도 돋보인다. 하지만 청소년 엘리오의 사랑에선 수줍음과 풋풋함이 느껴졌다면, 중년 리의 사랑은 추해 보일 정도로 부끄럼을 모른다. 성애적 표현의 수위도 훨씬 높다.
응해주는 것 같다가도, 보란 듯이 여자친구를 눈앞에 데려오는 속 모를 남자 유진에게 리는 안달을 낸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각인된 다니엘 크레이그의 ‘찌질한 구애’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그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다정하게 대해 달라”는 부탁은 사실 무심한 상대에 대한 구걸에 가깝다.
극은 두 사람이 신비한 식물 ‘야헤’를 찾아 남미 정글로 향하며 로드무비로 전환된다. 미국 비트 세대의 주요 작가인 윌리엄 S. 버로스가 쓴 원작 소설의 전개를 따른 것이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일은 환각 혹은 환상처럼 묘사된다. 두 사람의 몸이 합쳐지는 듯한 장면은 ‘바디 호러물’인가 싶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 공포물 명가인 미국 배급사 A24가 함께한 영화라는 걸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137분. 청소년 관람불가.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 김혜경 여사가 17일(현지시간) 캘거리 한인회관을 찾아 동포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또 한국계가 대표로 있는 캐나다 국립장애인예술센터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으로 12·3 불법계엄 이후 중단된 정상외교 복원과 함께 대통령 배우자의 대외 활동도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김 여사는 이날 캘거리에서 캐나다 서부 지역 교민과 유학생을 만나 간담회를 했다. 김 여사는 간담회에서 “해외에 계시는 동포들이 저희보다 한국 소식을 더 잘 알고 계시더라”면서 “너무 자세히 알고 판단도 잘하고 계셔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멀리 떨어져 계셔도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한국에) 살고 있는 저희보다 훨씬 간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간담회 행사에는 지역 한인회와 여성·문화단체 대표, 한글학교 교장, 대학교수, 유학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서부지역 동포 20여명이 참석했다.
김 여사는 “여러분이 힘든 일도 많을 텐데, 조국 걱정 때문에 한동안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오늘 자리가 여러분이 조국에 바라는 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여사는 “동포 간담회를 작게 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너무 낭랑한 (목소리의) 아나운서도 계시고, (한인)회장님도 계시니 대통령이 오셔야 하는 자리에 제가 괜히 왔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진영 캘거리 한인회장은 “이민자 사회의 외로움에 여사님의 방문이 큰 위로와 응원이 된다”며 “오늘 만남이 잊지 못할 격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도 조국과의 연결고리를 돈독하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캐나다 서부 동포사회를 소개하고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각자가 겪은 경험을 소개했다.
캘거리 현지에는 김 여사와의 간담회를 위해 교민과 유학생 30여명이 태극기를 들고나와 이 대통령 이름을 연호했다. “이재명 넘버원”이라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한복을 차려입고 김 여사를 보러 나온 고령의 교민도 보였다.
김 여사는 행사 후 수행원들과 점심 식사를 위해 캘거리 현지에서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렀다. 이곳에서 식사 중이던 한 교민은 “이 대통령의 캘거리 방문 소식을 듣고 멀리 토론토에서 휴가를 내고 무작정 캘거리에 왔는데 이렇게 만나게 됐다”고 했고, 이에 김 여사는 “여기서 못 만났으면 어쩔 뻔했나”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에는 캘거리에 있는 국립장애인예술센터를 찾았다. 김 여사는 한국계인 유정석씨가 대표로 있는 센터 관계자들로부터 센터 운영과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현황을 들었다. 김 여사는 “캐나다는 장애인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시설과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잘 포용돼 있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7일 12·3 불법계엄 사태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에 보여주신 기대에 비춰볼 때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공수처는 신중하고 신속하게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처장은 “가능한 모든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공수처에 보여주신 기대에 비춰볼 때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성원과 질책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부패 수사기관으로서 더욱 정진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현재 공수처는 일명 ‘방첩사(령부) 사건’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이지만 계속해서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며 애쓰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공수처는 국군 방첩사령부가 전·현직 군 장성의 정치 성향 등을 조사한 문건을 만들어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친분이 있는 군법무관 명단을 정리한 ‘최강욱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 등 이른바 ‘방첩사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이다.
오 처장은 “1년 전 취임사에서 저는 외풍을 막아 공수처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며 “초심을 잊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철저히 준수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이를 통한 고위공직자 부패범죄 일소라는 시대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지난해 5월 2대 공수처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