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수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흘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상반기 추진한 업무를 평가하고 하반기 계획을 점검했다. 북한은 회의 내용은 물론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 정세를 우선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24일 보도했다. 전원회의 목적에 대해 “주요 정책집행 정형을 중간 총화하고, 하반년도 사업의 중심과 투쟁방향을 재확정하며, 경제건설의 단기적·중장기적 계획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 “정치·경제·문화·과학·교육·국방 등 사회주의 건설의 각 방면에서 이룩된 성과들”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통신은 또 “인민경제 주요공업부문들의 활성화와 현대화를 획기적으로 다그치기 위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했다고 했으나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담지 았았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중요 연설이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그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다. 김 위원장 연설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것은 2023년 6월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와 2016년 5월 제7기 1차 전원회의뿐이다. 이에 따라 대남·대미 메시지도 없었다.
통신은 “조직 문제가 취급됐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신 등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리히용 위원은 상무위원으로 승격한 것으로 보이고 리병철 상무위원은 위원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며 “리일환 당 선전비서는 여전히 식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열릴 제9차 당대회에 대한 준비가 논의됐다. 통신은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를 소집할 데 대한 결정이 일치 가결되고, 역사적인 당 대회의 성과적 개최를 위한 실무적 조치들이 강구됐다”고 전했다.
이번 전원회의의 구체적 내용과 김 위원장의 연설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이 불확실한 국제 정세를 우선 지켜보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게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감행에 대한 상당한 충격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외적 메시지 발신을 최대한 자제하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조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현재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정세, 남한 내부 동향을 주시하되, 북한 내부의 통합과 정책 성과를 먼저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미·대남 메시지가 부재한 것은 제9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대외 전략을 발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흔히 사용하던 말이었는데 어느새 찾아보기 어렵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상치 못할 만큼 큰 숫자나 내용을 말할 때 앞에 붙곤 하던 ‘물경(勿驚)’도 그렇다.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충격을 완화하려고, 혹은 오히려 기대를 더 크게 하려는 의도로 “놀라지 마시라, 자그마치…”라며 뜸 들이는 표현이다.
일본어에서 온 게 분명해 보이긴 하지만, 이 말이 덜 쓰이게 된 이유가 그것만은 아닌 듯하다. 혹 사람들이 점차 그 무엇에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되어서 그런 건 아닐까?
불과 2년 반 전 미국의 한 기업이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출현이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그 뒤로 한 달이 멀다 하고 경천동지할 기술들이 쏟아지고 있다. 글은 물론 음악과 영상을 생성해 내고 웬만한 조직을 대신할 행정 능력까지 장착한 인공지능의 등장에, 이젠 놀라기도 지친다. 그 기술의 개발에 필요하다는 천문학적인 예산에 또 한번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그 와중에 이 땅에 선포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계엄령은 또 어떤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지새운 그 밤을 잊을 수 없거니와,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계속되었다. 기상천외한 논리로 법을 해석하며 그 법의 이름으로 빠져나가는 이들을 보며, 이젠 무슨 짓이 자행되어도 놀랍지 않을 정도가 됐다. 요 며칠 날아드는 뉴스는 더욱 참담하다. 공적 절차 없이 대통령의 엄포와 결정만으로 엄연한 주권 국가의 영토에 폭격을 가하고, 그 소식이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발표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트럼프가 트럼프했네”라는 반응이 앞선다.
세계를 전쟁의 비극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 앞에서도 의외로 크게 놀라지 않는 듯하다. 다들 이제 놀라움에 이력이라도 난 것일까.
놀라야 마땅한 일에 놀라지 않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온갖 상식이 무너져 내려 힘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시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력이 난다’고 할 때의 이력(履歷)은 ‘많이 겪어 보아서 얻게 된 슬기’를 뜻한다. 세상이 우리를 놀라움마저 무뎌질 만큼 몰아세우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진정 놀라워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슬기롭게 분별해 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