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폰테크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거장 알프레트 브렌델이 별세했다. 향년 94세.
17일(현지시간) 가디언과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영국 런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넓이보다 깊이를 추구한 브렌델은 레퍼토리가 넓지는 않았으나 리스트, 슈베르트,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특히 32개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1960년대, 1970년대, 1990년대 세 차례나 녹음한 베토벤 해석의 권위자다. 5개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은 무려 네 차례나 녹음했다.
브렌델은 현란한 기교로 관객을 압도하기보다 지적이고 사색적인 연주로 이름을 날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렌델은) 우리를 작곡가의 심장과 영혼으로 데려가는 대신 소나타를 엑스레이로 해부하듯 보여줘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브렌델은 다른 대가들과 달리 이른 나이부터 눈부신 천재성을 발휘한 유형의 연주자는 아니었다.
브렌델은 1931년 7월5일 체코슬로바키아(현재의 체코)의 모라비아 지역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유고슬라비아 자그레이브(현 크로아티아 자그레이브)에서 피아노를 배웠고, 이후 오스트리아 그라츠 음악원을 거쳐 16세이던 1947년 빈 음악원을 졸업했다. 이후로는 공식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자신의 음악을 완성했다.
그의 콩쿠르 경력은 1949년 부소니 피아노 콩쿠르에서 4등을 한 게 전부다. 복스나 뱅가드 같은 마이너 레이블에서 꾸준히 음반을 출시했으나 메이저 음반사들은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 런던 퀸엘리자베스홀에서의 공연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1981년 NYT와 인터뷰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내 연주에 열광했다”면서 공연 후 메이저 음반사들의 계약 요청이 쇄도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주전자에서 물을 데우고 있다가 갑자기 끓기 시작해서 거품이 일고 증기가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브렌델은 굵은 뿔테 안경에 흐트러진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였다. 1998년에 출간된 그의 시집 후기에 따르면, 이 때문에 뉴욕에서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과 그를 혼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브렌델은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했다. <알프레트 브렌델의 피아노를 듣는 시간>, <알프레트 브렌델 아름다운 불협음계>, <알프레트 브렌델 뮤직, 센스와 난센스>는 국내에서도 출간된 적 있다.
브렌델의 제자인 영국 출신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는 가디언에 “음악은 물론 문학과 다른 예술에도 해박했던 브렌델은 피아니스트들의 만신전에 오른 이들 중에서도 독특한 존재였다”고 말했다.
60년 이상 무대에서 연주한 그는 2008년 12월 빈 필하모닉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인 9번을 연주한 것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은퇴 후에는 강연, 독서, 세미나, 집필 등에 집중했다.
고인은 생전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한스 폰뷜로 메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음악상, 에른스트 폰 지멘스 상 등을 수상했다.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예일대, 줄리어드 등 수십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페이스북에 고인과 찍은 사진 네 장과 함께 영어로 추모의 글을 올렸다. “마에스트로 알프레드 브렌델, 편히 잠드시길. 제가 지금과 같은 피아니스트가 된 데는 당신의 영향이 컸습니다. 당신의 음악과 영감에 감사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던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 후보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리한 이민자 추방·단속 작전이 계속해서 마찰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이에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물리적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 출마한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관이 17일(현지시간) 맨해튼 이민법원에서 한 남성 이민자를 연행하려는 당국 요원들에게 영장 제시를 요구하다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랜더 후보는 최근 ICE가 이민법원 심리에 출석한 미등록 이민자들을 현장에서 붙잡아 추방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직접 법정 방청석에서 심리를 지켜본 뒤 이민자 가족과 동행하는 일을 해왔다.
당시 영상을 보면 랜더 후보는 이민자 남성의 팔짱을 낀 채 연행을 시도하는 요원들에게 반복적으로 “당신들은 미국 시민을 체포할 권한이 없다”고 외쳤다. 사복 차림에 야구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요원들은 랜더 후보를 남성에게서 떼어낸 후 수갑을 채우고 체포했다. 국토안보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랜더 후보가 사법 집행관을 폭행하고 연방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랜더 후보는 몇 시간 뒤 풀려났으나 당국은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최근 들어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민 정책을 비판하다가 체포·기소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려던 앨릭스 파디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은 경호 인력들에게 끌려나가 복도에서 무릎이 꿇린 채로 수갑이 채워졌다. 파디야 의원은 놈 장관이 로스앤젤레스 시위와 관련해 준비한 발언을 하는 도중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질문하려 했으나 경호 인력은 그를 문 쪽으로 밀어냈다.
지난달 초 라스 바라카 뉴저지주 뉴어크 시장(민주)은 다른 뉴저지주 민주당 의원 대표단과 함께 이민자 구금센터 내부를 방문하려다가 체포됐다. 그는 다른 ICE 건물에 억류됐다가 다섯 시간 만에 풀려났다. 바라카 시장의 체포를 막으려던 라모니카 매카이버 연방 하원의원도 연방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해나 두건 위스콘신주 밀워키카운티 순회법원 판사는 단속 위험에 처한 미등록 이민자를 도왔다가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