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자격 이재명 정부의 첫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54·사진)은 부산에서 유일한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부산 구덕고와 동국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전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경제수석실 행정관 등을 거쳐 대통령 부인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장을 지내는 등 친노(노무현)계 정치인으로 분류됐다.
1971년생인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북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으나 떨어졌고, 18·19대 총선에서도 연이어 낙선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으며 22대까지 3선을 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부산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민주당 의원이다. 국회에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활동으로 문화예술 분야 격차 해소에 힘썼으며 지난해 6월부터는 국회 문체위원장을 맡았다.
전 내정자는 부산의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지난 5월에는 민주당 중앙선대위 북극항로 개척추진위원장을 맡아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해수부 부산 이전을 추진할 적임자로 꼽힌다.
전 내정자는 이날 “해양 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며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육성하고 어촌의 소득 기반을 강화해 어촌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7년 만에 만난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근로기준법만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주얼리 노동자’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을까.
“여기 좀 봐주십시오!” 지난 24일 김영훈 장관 내정자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던 길, 마침 노동청 앞에서 노숙농성중이던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부지회장이 외쳤다. 김 부지회장은 “주얼리 제조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의무 가입자임에도 70~80%가 미가입자”라며 “업체들이 근로기준법만 제대로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불법 사업장’이 방치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노동부의 근로감독과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김 내정자는 “자료를 살펴보고 (노동부) 간부들과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고민해서 토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부지회장은 7년 전인 2018년 정의당 노동본부장이었던 장관 내정자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정의당과 노조는 함께 ‘화려한 귀금속 뒤의 갑질, 종로 귀금속 세공노동자 간담회’를 열었다. 노조는 그때도 귀금속 세공 노동자들이 화공약품에 노출되는 문제, 작은 사업장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문제를 호소했다. 김 부지회장은 “그때도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귀금속 세공 노동자인 김 부지회장은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해고됐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지난 5월 원직복직 명령이 담긴 판정서를 수령했지만 회사가 폐업하면서 돌아갈 일터가 사라졌다. 회사 대표는 밤새 문서를 파쇄하고 기습 이사를 시도했다.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 시민들이 이를 막아서 이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대표는 결국 며칠 후 폐업 신고를 마쳤다. 이후 노동자들에게 퇴직금도 주지 않은 채 해외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서울고용노동청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노조와 사업주 면담 자리를 주선하라는 요구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김 부지회장은 귀금속 세공 노동자와 같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해고, 근로기준법 미준수, 4대 보험 미가입 등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싸우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청산가리, 황산과 같은 화공약품이나 고온의 열을 다루며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25일 김 부지회장 등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정부의 근로감독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13일째가 됐다. 김 부지회장은 전날 장관 내정자가 출근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관 내정자가 올줄 알고 기다렸던 게 아니라 매일 오후 4시에 <전태일 평전> 읽기를 한다. 마침 내정자가 출근한다는 소식을 듣고 요구사항을 외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설문조사 결과 100개 넘는 사업장에서 고용보험 미가입 등 근로기준법을 어긴 사례가 나왔다. 김 부지회장이 바라는 것은 ‘복직’이나 ‘보상’이 아니다. 그는 “‘불법 사업장’이 방치되고 있으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작은 사업장들은 노동자들이 해결하기 어려우니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나서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했다. “업계가 노동법을 지킬 수 있게 조사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전수조사가 힘들면 귀금속 골목의 일정 블록을 설정해서라도 조사를 하면 실태가 나올 겁니다. 심각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는 <전태일 평전>에서 전태일이 ‘바보회’를 조직하고 동지들에게 근로기준법과 노동청의 역할을 이야기한 후 근로감독관을 찾아갔을 때 감독관의 무성의한 태도에 실망한 부분을 읽었다고 했다. “1969년도에 전태일 열사가 했던 이야기와 2025년 노동청의 대응이 너무 똑같습니다. 매일 읽을 때마다 내용을 아는데도 분노와 한탄의 감정들이 교차합니다.”
김씨는 장관 내정자를 만나고 난 뒤 SNS에 글을 올렸다.
“김영훈 장관 내정자는 기억하고 있을까? 2018년 주얼리 노조를 만들고 노조의 첫 간담회장에서 그를 만났다. ‘화려한 귀금속 뒤의 갑질’ 종로 귀금속 세공 노동자 간담회. 그때도 지금도 변한 것은 없다.”
노동계에서는 김영훈 장관 내정자가 서울 강남구 ‘노동부 강남지청’이 아니라 서울 중구의 ‘서울고용노동청’에 인사청문회 사무실을 차린 것도 기존과 다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 노동계 인사는 “그동안 장관 내정자들은 사는 곳이 강남인 경우가 많아 강남지청에 베이스캠프를 둔 경우가 많았다”며 “(중구, 종로구 등에 많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기 싫어했던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구 명동 세종호텔 앞에는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이 고공농성 중이고 서울고용노동청에서는 금속노조 서울동부지역지회 주얼리분회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김 부지회장은 “노동자 출신 장관 내정자가 왔으니 ‘있는 노동법’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2018년 간담회도 함께 했었고 우리 업계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으니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발병 원인이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어도 다양한 유해요소가 복합적으로 발병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지난 4월 반도체공장 노동자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4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한 중소기업에서 반도체 웨이퍼 연마·세정 업무를 했다. A씨는 2017년 3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았지만 이듬해 12월 끝내 숨졌다.
유족은 A씨가 공장에서 여러 유해물질에 노출돼 병이 생겨 사망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작업환경측정 결과나 역학조사를 참고할 때 취급했던 유해물질의 양이나 노출 빈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고, 노출 물질과 이 사건 상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공단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발병 원인과 메커니즘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A씨가 사업장 등에서 근무하는 동안 디클로로메탄을 포함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 극저주파전자기장, 주·야간 교대근무 등과 같은 작업환경상의 유해요소들에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된 후 병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유해인자 노출기준은 유해인자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등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 등에는 유해요소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질병 발생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