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이혼 정부가 앞으로 3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비수도권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호를 분양가의 반값에 사들이기로 했다. 정부가 ‘위기’ 건설사에 숨통을 트여주는 대신 할인 분양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지방 주택 시장의 수요가 적어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라 일반회계 예산 3000억원을 투입하는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HUG의 매입 대상은 공정률 50% 이상인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로, 매입 가격은 분양가의 50%다. 환매조건부 매입으로, 건설사는 준공 후 1년 내로 HUG에 분양가 50%와 이자 등 최소 실비용을 내면 해당 아파트의 소유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
국토부는 안심환매 사업이 건설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당근’인 동시에 손실을 줄일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채찍’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예를 들어 분양가 4억원인 미분양 주택을 보유한 건설사라면, 이를 HUG에 2억원에 팔아 당장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후 건설사는 반값에 판 주택을 되찾을 수 있는 준공 후 1년까지, 2억원보다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한 자구책을 어떻게든 마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8~2013년에도 대한주택보증(HUG 전신)이 1만9000호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사들여 700호가량을 제외한 99% 이상이 환매됐다”면서 “지방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면서 사업자 자구노력도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와 건설업계에선 그러나 서울 쏠림으로 지방의 수요가 말라버린 지금 상황에서는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실상 유동성을 내주며 할인 분양을 강제하는 정책”이라며 “비수도권 등 주택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는 할인 분양이 건설사의 자구책이 되는 대신 가격만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보장이 없는데, 준공 후에 어떻게 될 줄 알고 반값 분양가를 받아들이겠나”라며 “부도 직전이 아니라며 안심환매에 참여할 건설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토부는 3000억원의 국비 출자로 1조원 규모의 리츠(부동산 투자회사)를 조성해 금리 대출을 5~6%대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토지 매입비용의 최고 50%까지 지원하고 인허가 이후 본 PF 대출이 이뤄지면 회수하는 방식이다. 우수 사업장 선정 기준은 경제적 파급력, 공공성, 안정성 등이 언급됐을 뿐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좀비기업’의 연명만 돕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 전문위원은 “시장 실패를 겪은 시행사의 이익을 정부가 나서서 보전해주는 것은 결국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명백한 부실 이연”이라고 지적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으로 유임됐다. 정권이 교체될 때 지난 정부 장관이 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 논살 출신인 송 장관은 농정 행정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지역개발팀장·부원장·농업관측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12월 농식품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송 장관은 특히 윤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건의한 바 있어 이번 유임이 더욱 주목된다. 농식품부 안팎에선 송 장관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송 장관은 이번 국정기획위 보고에서 양곡법 개정안을 추진할 대안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양곡법 개정안에도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찾자’고 말씀하셨다”면서 “송 장관의 농정 정책 전문성과 농식품부에서 추진한 정책이 어느정도 인정을 받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일각에서 지난해 12·3 불법 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을 두고 ‘반성문’을 내놓은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계엄을 알았으면 국무회의 안 갔을 것이고, 국민께 송구하다”며 “그날 이후 장관을 한 것이 많이 후회된다”고 답했다. 학자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었다는 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송 장관의 유임은 보수,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내부도 송 장관의 유임을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임은 생각 못했기 때문에 놀랍다는 반응이 주류”라며 “인사청문회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어 향후 정책 추진 속도가 좀 붙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면서도 “지금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