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폰테크 이재명 대통령이 6개월 만에 재가동한 정상외교의 첫날은 바쁘게 흘러갔다. 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양자 회담 2건과 환영 리셉션, 만찬까지 소화하며 빠듯한 ‘1박3일’ 일정의 첫날을 보냈다.
한국으로서는 반년가량 맥이 끊어졌던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출발점이란 의미가 있는 날이다. 국제사회로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외교 무대로 돌아온 한국을 주시하는 첫날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G7 일정 첫날인 이날 오후 대니얼 스미스 캐나다 앨버타 주총리가 캘거리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환영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날 리셉션에는 캐나다 정부가 초청한 국가 정상, 유엔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수장 등이 모였다.
리셉션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하나의 주제가 될 정도로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 사안에 관심이 많더라”면서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이 대단하다는 관점을 갖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민주화의 험난한 역정을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도 한국 민주주의 회복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심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앞선 정상회담에서 남아공 대통령에게는 만델라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 이야기를, 호주 총리에게는 6·25 파병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급거 귀국을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식도 이야깃거리가 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 또한 1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다가 무산된 상황을 맞았는데, 이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대미 관세 협상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관세 협상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에 대한 대화를 정상들끼리 한 것인데, 이 대통령은 호주 총리뿐 아니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이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한복 차림도 리셉션에 참석한 정상 부부들의 관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리셉션 드레스 코드가 전통의상 혹은 정장이었다”며 “김 여사는 연노란색 치마와 녹색 저고리 등 전통 한복을 입고 참석했고, 사진 촬영을 함께하자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최소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정상화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교라는 게 한쪽에만 이익이 되고 다른 쪽에 손해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려 노력해야 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다른 수출 경쟁국들과의 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기업인들도 다른 나라와 동일한 조건이면 어차피 똑같은 경쟁인데 해볼 만하지 않으냐는 얘기를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정상외교 무대에 나선 데 대해 “협력할 분야가 많은데 무리를 하더라도 (국제사회와) 일찍 접촉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당초 생각과 다르게 급작스럽게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잠시 후퇴하긴 했지만 세계 10대 경제강국, 5대 군사강국, 문화적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나라”라며 “(12·3 불법계엄 이후) 신속하게 위상을 회복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재명 정부는 민생과 경제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의 국제 관계를 잘 발전시켜야 우리 기업들 해외 진출도 원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산업이라든지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해 보편·선별 지급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일단 두 가지를 섞어서 하는 게 어떻겠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지원하되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게 금액을 많이 지원하는 절충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2차 추경안은 19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이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임명된 특별검사들에 대해선 “세 분의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다”며 “특검의 취지에 맞는 사람으로 선정되도록 노력할 뿐이지, 개인적 인연을 특별히 강조할 생각도 없고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
국정 지지율과 관련해선 “저는 언제나 공직을 맡으면,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았던 것 같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이륙 약 2시간 뒤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다. 20분가량 진행되는 동안 김혜경 여사가 이 대통령 옆자리를 지켰다.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도 부부 동반으로 해외 순방을 가면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연 적이 있지만 배우자가 동석한 사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