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전문변호사 법원이 ‘내란 혐의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석금 등 각종 조건을 붙여 피고인 행동을 제약하겠다는 것인데, 김 전 장관 측은 반발하며 항고했다. 김 전 장관이 오는 26일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면 재판부가 보석 조건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 측이 제기한 조건부 보석결정에 대한 항고는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홍동기)가 심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혐의 사건을 진행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며 “피고인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 인멸을 방지할 조건을 부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재판부의 결정이 구속기간 만료를 눈앞에 두고 나왔다는 점이다. 1심 구속기간은 최장 6개월로, 지난해 12월27일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은 오는 26일 구속기간이 끝난다. 김 전 장관이 보증금 납부나 서약서 제출 등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도 곧 풀려나는 것이다.
이는 김 전 장관 측의 항고 결과와 상관없이 이뤄질 수도 있다. 서울고법이 김 전 장관 주장을 받아들이면 조건부 보석 결정은 효력을 잃는다. 반대로 고법이 항고를 기각해도 피고인이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고, 이 결정은 열흘 안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법이 26일 전에 결정을 내리지 않고, 김 전 장관 측이 계속 보석 조건을 거부할 경우에도 구속기간이 만료돼 풀려난다.
재판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도권 법원 한 부장판사는 “주요 피고인을 이런 식으로 석방하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그는 “피고인은 계속 풀려나고 싶어 했는데 이렇게 구속 만기가 임박해 각종 조건을 다 달면 당연히 거부하지 않겠나”라며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달 말부터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예비역 노상원씨 등 다른 내란 혐의 피고인들도 줄줄이 풀려날 수 있다. 내란 특검이 다른 혐의로 다시 구속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풀려난 피고인들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 혐의를 재수사하는 서울고검이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 김 여사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 수백개를 확보했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기소했다.
17일 취재 결과 서울고검은 지난 4월25일 재수사에 착수한 뒤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해 김 여사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던 증권사 직원과 김 여사가 통화한 내용이 담겼다. 여기엔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이뤄진 통화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조작에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 계좌가 이용된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검찰은 파일 분석 결과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이 통화에서 ‘계좌 관리자 측에 일정 수익을 줘야 한다’ ‘계좌 관리자 측이 수익금 배분을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2차 작전 시기 주포였던 김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이런 내용을 물었다고 한다.
또 검찰은 과거 수사 때 블랙펄인베스트를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김건희’란 이름의 엑셀 파일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블랙펄 전 직원 이모씨도 조사했다. 이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계좌 인출 내역과 잔액 등이 정리돼 있었지만 김 여사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통화 녹음 중에는 김 여사가 해당 파일 내용과 일치하는 수치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조작을 주도한 블랙펄 측이 김 여사에게 당시 거래 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사실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도 이를 인정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이 4년6개월 동안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서울고검이 두 달도 되지 않아 확보하면서 앞선 수사가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20일 수도권과 강원권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여객선 55척이 결항하고 일부 지역의 도로와 탐방로가 통제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과 강원 북부 내륙, 충남권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군산∼개야도, 목포∼홍도, 여수∼거문 등 42개 항로·여객선 55척의 운항이 멈췄다.
도로는 인천에서 2곳이 통제됐으며, 북한산과 한라산 등 국립공원 2곳의 102개 탐방로는 폐쇄됐다. 다만, 인명이나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행안부는 앞서 이날 오후 2시30분 부로 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부터 이튿날 오후 사이에 정체전선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충청권과 전라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20∼21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30∼80㎜(많은 곳 120㎜ 이상), 강원 내륙·산지 50∼100㎜(많은 곳 120㎜ 이상), 충청권 50∼100㎜(많은 곳 180㎜ 이상), 전북 50∼100㎜(많은 곳 180㎜ 이상)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