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정보 대진표도 확정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를 두고 당내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출마를 선언한 정청래 의원에 대한 비판과 반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박찬대 의원은 이르면 오는 22일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새 정부 초반 당권 다툼으로 비화하면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 첫 여당 대표는 ‘명심’(이재명 대통령 의중)이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청래 법사가 찬대 원대보다 민주당에 더 헌신했던 게 팩트”라며 “저는 헌신의 정도를 기준으로 이번 선거를 바라본다”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오는 8월2일 열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 의원과 출마를 검토 중인 박 의원 중 정 의원 지지 의사를 표명한 취지로 풀이된다. 양 의원은 지난 15일 정 의원의 출마 선언 자리에 동행했다.
양 의원은 해당 글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쏟아지는 문자폭탄”이라며 “쿠팡 가서 화물 상하차하더라도 그런 협박이 현실이 되면 제가 감수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 의원 출마 다음 날 페이스북에 “지지자들 사이에 격렬한 비난만 난무한다”며 “언제부터 정청래를 ‘우리’도 아니고 ‘동지’도 아니고 ‘불가촉 정치인’ 취급했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양 의원 발언은 일부 당원들과 당 일각에서 정 의원의 당대표 도전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 직전에 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대통령 일정에 대한 주목도를 분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지금은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방어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 의원의 강성 이미지와 과거 이 대통령 비판 발언까지 소환하며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과열 조짐을 두고 공개적인 우려가 나온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집권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국민들 눈에 당권 투쟁으로 비칠까 우려가 있다”며 “아름다운 전당대회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정 의원과 박 전 원내대표는 당을 위해 굉장히 헌신적으로 일해온 분들”이라며 “서로 과도한 비방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기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시간’으로 불리는 이재명 정부 초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는 주요 역할을 맡는다. 이 대통령이 사퇴한 당 대표 남은 임기인 1년을 수행한다.
새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 선출 때처럼 명심이 당대표 선거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권리당원 투표 반영률이 55%인 상황에서 후보들은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 표심에 집중적으로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의원과 박 의원 모두 친이재명계로 평가된다.
정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며 10대 공약 중 6개를 당원 주권 강화 내용으로 발표했다. 그는 이후 페이스북에 “김민석 절대 지켜” 등 김 후보자 의혹을 방어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고 이날 광주·호남을 찾았다.
박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 칼날을 벼리며 이 대통령과 야당 인사를 혹독하게 죽이고자 했던 저들이 청문회를 빙자해 김민석을 난도질하고 있다”며 “함께 비를 맞는 심정으로 김민석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 모임에 참석하는 등 물밑 활동도 벌이고 있다.
담장의 능소화가 바닥으로 흐른다. 먼 산은 봄 단풍 블라우스를 벗고 진초록 패딩으로 갈아입었다. 반복되는 변화지만 늘 새롭다. 자연에 반해 시골로 오는 사람들이 있다. 15년 전 나도 그랬다. 지켜보면 늘 곱기만 하던 자연이지만 더불어 살다 보니 좀 달랐다.
벼농사는 모내기 두 달 전 볍씨를 물에 담그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판이 못자리에서 자라는 동안 메뚜기 이마보다 빤지르르하게 논두렁을 깎는다. 논을 갈아엎고, 흙을 잘게 부수고, 물을 쏟아붓고 진흙을 만들어 화투판 담요처럼 빤빤하게 펼쳐야 한다. 거기에 약 10㎝ 깊이로 물 높이를 유지하며 새는 곳을 찾아 미장하듯 손으로 처발라도 물은 꾸준히 샌다. 기계가 작업하기 편하도록 물을 뺐다가 이앙기가 6줄로 예쁘게 똥을 싸듯 모를 꽂으며 돌아다니면 모내기가 끝난다. 그리고 바로 물을 다시 대고 풀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사실 모든 작업이 자연에 반(反)하는 과정이다.
농사라는 게 하나하나 사람 손이 가야 하고, 어울려 자라는 것들을 가르고 구분해 놓는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 곡식이나 채소라고 부르고, 도움이 안 되는 건 죄다 앞에 잡(雜)자를 붙인다. 잡초, 잡목, 잡새, 잡놈. 판단의 기준이 지나치게 인간적이다. 어느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동물복지 인증을 받아 풍부한 육즙과 담백한 풍미가 일품’이라는 축산업체의 홍보 문구는 살짝 현기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복지와 육즙의 관계라니. 자연퇴비로 이용하려고 지난가을 논에 풀씨를 뿌렸던 자운영과 헤어리베치를 만발한 꽃이 무안하게 갈아엎었다. 바깥쪽부터 달팽이 꼴로 트랙터를 움직이며 풀과 흙을 섞었다. 점점 줄어들어 얼마 안 남은 꽃 더미 위로 나비가 밀도를 높였다. 언뜻 축제 같아 보였지만 실상은 아비규환이다. 나비들은 끝내 터전을 잃고는 흩어졌다.
봄부터 농로를 안전한 곳이라고 여겼던 개구리들이 예초기 침탈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방아깨비들도 난리 치며 날아다닌다. 어디서 본 장면 같다. 영화 <아바타>다. 나는 먹고살려고 남의 것 뺏으러 간 인류의 대표처럼 칼날을 휘저었고, 개구리와 곤충들은 영화의 나비족처럼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사정없이 부쉈다. 내가 이래도 되는 건가.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나비족 편이었는데.
논두렁에 뚫어진 구멍은 없나 살피며 막고 때운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흐름을 막으려는 시도다. 논바닥에 벌써 한 뼘 크기로 자란 잡초를 째려보며 한숨과 저주를 쏟았다. 친환경 농사를 짓다 보니 제초제를 쓸 수는 없고, 야무지게 뽑고 갈아버릴 마음을 먹는다.
어제도 논일을 마치고 나와 어스름을 마주하며 장화를 벗는데 동네 K동생이 지나가다 인사했다. “뭐던데요!” 무엇하냐는 말이지만 의문문은 아니다. 옆에서 웽웽거리는 모기를 쫓으며 짜증을 냈다. “하느님은 이놈들을 왜 만들었다냐?” K는 가던 길 다시 가며 던지듯 말했다. “그 냥반이 형님도 만들었구마 뭘.”
그래. 사실 나의 존재도 친환경이 아닌걸. 신에게 대들던 건방을 접기로 한다. 뭘 그렇게 잘해보려 애쓰는지, 그러느라 헤집고 망가뜨리지 않았는지. 애초 안 온 듯 갈 수 있기를 바라며 흔적 없이 살기로 했잖은가. 정신 차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