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작업하다 사고로 숨진 하청 노동자 김충현씨에게 원청인 한전KPS가 작업 의뢰 절차를 어기고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업을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17일 김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김씨와 한전KPS 직원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2017년 11월9일 한전KPS 직원은 김씨에게 “긴급 스페이서 제작 요망” “수량 4개” 등 작업을 지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직원은 “저희도 외주 가공하고 싶은데 너무 긴급이다”라며 김씨에게 작업을 의뢰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카카오톡을 통한 업무 지시는 한전KPS의 ‘공작기계 작업의뢰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전KPS가 협력회사에 기계가공 작업을 의뢰할 때 긴급작업을 제외하고는 작업의뢰서를 발행해야 한다. 협력회사가 작업의뢰서를 받으면 공작기계 담당 노동자가 작업 내용을 확인·검토하고, 관리감독자 등과 작업 전 안전회의(TBM)를 진행한 뒤 승인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도록 돼 있다. 대책위는 “위험작업이 걸러지거나 대안적인 작업 방식이 검토될 수 있기에 작업절차를 지키는 것은 안전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라고 했다. 다만 김씨의 작업일지, 작업의뢰서는 경찰이 확보하고 있어 해당 날짜에 작업의뢰서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가 오히려 한전KPS 직원에게 하청인 한국파워O&M 현장소장을 통해 작업 의뢰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전KPS 직원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작업이라 외주업체에 맡기자’는 김씨의 제안을 “감독하고 다 협의했고 사용 중 문제에 대해선 감독이 책임지기로 했다”며 거절하자, 김씨는 “여기서 가공을 진행하신다면 소장님을 통해서 업무 절차에 따라 진행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전 소장님 업무 지시에 따라 작업하는 입장이라 작업지시서를 소장님께 드리며 업무 협조를 지시하시면 될 거예요”라고 했다.
김씨 동료들도 한전KPS가 관행적으로 카카오톡이나 구두로 작업을 지시했다고 했다. 김씨 이전에 선반 가공 업무를 맡았던 A씨는 “작업의뢰서를 가져오는 게 1년에 3~4번이 안 됐다. 절차대로 진행되는 게 1% 정도였다”고 대책위에 말했다.
대책위는 “위험하고 무리한 작업이 한국서부발전(도급사)·한전KPS(원청)·한국파워O&M(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관행처럼 반복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수사당국은 지시 권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한전KPS는 “현재 관계기관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관련하여 회사는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스티로더를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킨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2세. 에스티로더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로더 명예회장이 전날 가족들 곁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에스티로더 창립자의 아들인 그는 1958년 회사에 합류해 뉴욕 기반으로 운영되던 회사를 글로벌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클리니크, 아베다, 맥 코스메틱스, 톰 포드 뷰티, 보비 브라운, 조 말론 런던, 라 메르 등 많은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다.
그의 합류 전 에스티로더의 연간 매출은 80만달러(약 11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에스티로더 매출은 160억달러(약 22조원)에 달했다. 2023년 3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로더의 순자산은 한때 262억달러(약 35조9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그는 2001년 ‘립스틱 지수’라는 경제지표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기 침체기일수록 립스틱 구매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는 여성들이 옷이나 고가의 사치품을 살 여유가 없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을 찾기 때문이다. 실제 9·11 테러를 겪은 2001년 가을 미국의 립스틱 판매는 11% 증가했고, 앞서 대공황 때는 화장품 전체 판매가 25%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더는 사업가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선가이자 예술 후원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유방암 및 알츠하이머 연구 등에 거액을 기부하는 한편, 2013년에는 자신이 수집해 온 파블로 피카소 등의 입체주의 작품 78점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해 화제가 됐다.
전북 군산에서 교통사고로 위장해 지인을 숨지게 한 60대가 경찰 수사 끝에 살인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군산경찰서는 17일 A씨(60대)를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일 오전 11시 5분쯤 군산시 옥서면의 한 도로에서 지인 B씨(50대)를 차량으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처음 ‘교통사고 사망’으로 신고 접수됐다. “사람이 튕겨 나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수풀 아래 쓰러져 있는 B씨를 발견했다. 당시 현장 정황은 차량이 가드레일과 전신주를 잇달아 들이받으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던 경찰은 사건의 실체를 포착했다. 영상에는 B씨가 차를 세운 뒤 가드레일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조수석에 있던 A씨가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긴 모습이 담겼다. 이후 차량은 B씨를 향해 돌진했고, A씨는 사고 직후 그대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차량 유리창이 파손되지 않은 점에도 주목했다. 수풀 아래로 사람이 튕겨나갈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창문이 깨졌어야 하지만, 차량은 외형상 큰 손상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사고를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고의적 범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전환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쯤 군산 시내 한 거리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2년 전 꽃게 유통 사업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최근까지 금전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조사에서 “B씨가 ‘땅을 보겠다’며 차에서 내린 틈을 타 범행했다”며 “금전 문제로 앙심을 품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등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사전 계획 여부를 검토했지만, 범행을 미리 준비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정황상 충동적 범행으로 판단된다”며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