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최소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정상화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교라는 게 한쪽에만 이익이 되고 다른 쪽에 손해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려 노력해야 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다른 수출 경쟁국들과의 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기업인들도 다른 나라와 동일한 조건이면 어차피 똑같은 경쟁인데 해볼 만하지 않으냐는 얘기를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정상외교 무대에 나선 데 대해 “협력할 분야가 많은데 무리를 하더라도 (국제사회와) 일찍 접촉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당초 생각과 다르게 급작스럽게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잠시 후퇴하긴 했지만 세계 10대 경제강국, 5대 군사강국, 문화적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나라”라며 “(12·3 불법계엄 이후) 신속하게 위상을 회복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재명 정부는 민생과 경제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의 국제 관계를 잘 발전시켜야 우리 기업들 해외 진출도 원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산업이라든지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해 보편·선별 지급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일단 두 가지를 섞어서 하는 게 어떻겠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지원하되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게 금액을 많이 지원하는 절충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2차 추경안은 19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이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임명된 특별검사들에 대해선 “세 분의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다”며 “특검의 취지에 맞는 사람으로 선정되도록 노력할 뿐이지, 개인적 인연을 특별히 강조할 생각도 없고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
국정 지지율과 관련해선 “저는 언제나 공직을 맡으면,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았던 것 같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이륙 약 2시간 뒤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다. 20분가량 진행되는 동안 김혜경 여사가 이 대통령 옆자리를 지켰다.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도 부부 동반으로 해외 순방을 가면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연 적이 있지만 배우자가 동석한 사례는 없었다.
인천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이 물에 잠기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와 각 군·구에는 호우·강풍 피해 신고 103건이 접수됐다. 도로나 주택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대부분이었다. 나무가 쓰러지거나 토사가 유출됐다는 신고도 있었다.
이날 오전 5시 30분께 서구 검암동과 경서동, 미추홀구 숭의동에서는 공동주택이 침수됐다. 서구 오류동 공장도 일부가 물에 잠겼다. 서구 왕길동 완정로 일대에서는 토사가 유출됐다.
부평구 갈산동, 남동구 간석동, 서구 대곡동 등지에선 나무가 쓰러져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안전조치를 했다. 오후 4시께는 서구 연희동 일대 아파트와 주택 1145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전력공사는 강한 바람에 나무가 쓰러져 전선이 끊어진 것으로 보고 복구 작업을 벌여 50분 만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이날 오후 5시 2분께에는 인천대교 송도 방향 9.7㎞ 지점에서 화물차에 실려있던 컨테이너가 도로에 떨어져 뒤 차량 탑승자 2명이 다쳤다.
오후 6시 기준 차량 통행이 통제된 도로는 계양구 작전동 토끼굴, 서구 공항고속도로 측도길 등 2개 구간이다. 또 승기천과 굴포천 등 하천 주변 산책로 12곳의 출입도 차단됐다. 인천∼연평도와 인천∼백령도 등 14개 항로 여객선 17척의 운항도 통제됐다.
인천 내륙에서는 오전 4시 40분을 기해 호우경보가 내려졌다가 호우주의보로 대치됐고 오후 6시에 해제됐다. 이날 오후 12시를 기해 인천 내륙에 내려진 강풍주의보는 현재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인천시와 10개 군·구 공무원 584명은 비 피해에 대비해 비상 근무를 하고 있다. 수도권기상청은 “오늘 밤 인천에서는 비가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천 내륙에 내려진 강풍주의보는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에 해제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임금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철탑에서 농성해온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19일 땅을 밟았다. 지난해 3월부터 끌어온 2024년 단체협약이 타결되면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97일 만에 철탑에서 내려왔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의 폐쇄회로(CC)TV 철탑 주위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원, 이들과 연대해온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계 인사, 말벌동지들이 모였다. 경찰과 소방대원도 출동했다. 김 지회장이 있는 철탑은 햇빛과 바람을 가리는 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가림막에는 ‘사람이 있다’ ‘단결 투쟁’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오후 1시43분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과 이김춘택 하청지회 사무장이 크레인을 타고 철탑에 올라가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서’에 서명했다.
한화오션 하청노사는 지난 17일 상여금 50% 인상, 상용직 고용 확대를 위한 노사 협력과 함께 단체협약에 조합원 취업 방해 금지, 산업재해 예방활동 등의 조항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김 지회장은 오후 2시30분쯤 철탑 밖으로 나왔다. 그는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과 함께 크레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철탑 아래에서 “김형수 고생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와 박수가 쏟아졌고, 김 지회장은 금속노조 깃발을 흔들었다.
김 지회장은 앞으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5년 교섭에선 반드시 원청 한화오션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고 말겠다”며 “노조법 2·3조를 가로막고 있던 윤석열은 이제 사라졌다. 그 누구도 노조법 2·3조 개정을 막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과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 등 고공농성 중인 다른 노동자에 대한 연대 투쟁 의지도 밝혔다. 고 지부장은 127일째, 박 수석부지회장은 529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김 지회장은 “먼저 내려오게 돼 미안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박정혜·고진수 두 동지가 땅을 밟을 때까지 하청지회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97일 동안 농성장을 지켜준 말벌동지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며 울먹이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단체교섭 타결에 대해 “상용직 하청노동자 고용 확대, 임금 인상, 차별 해소가 한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작지만 값진 승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노동자 정의를 확대해 건설노동자, 화물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