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가능여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 만에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안은 빠르게 집행해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규모면에서도 역대 네번째다. 내수부진과 수출 둔화로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국가 재정을 풀어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으로 올해 성장률이1%대로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가 19일 발표한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을 위해 총 20조2000억 원을 푼다. 이는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정부가 추가로 지출하는 금액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8년 국가재정법 시행 이후 2022년 2차 추경(62조원), 2021년 2차 추경(34조9000억원), 2020년 3차 추경(23조700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추경은 규모뿐 아니라 신속한 집행에도 중점을 뒀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이나 신용·체크카드 등으로 지급돼 빠르게 집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기한을 4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저축해두지 않고 소비를 통해 돈이 돌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4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의 ‘상생 페이백’ 사업이 시스템 구축 지연으로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10% 환급이나 사용기한이 제한된 숙박·영화 관람·스포츠 시설 할인 쿠폰 등 여타 소비 촉진 유도 사업들도 단기적인 소비 진작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건설 관련 예산 편성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 건설경기 활성화에 2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자금 조달이 어려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5000억원을 금융 지원할 예정이다.
추경안이 주로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안에서 대규모 건설 관련 예산이 편성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경기 부진으로 최근 건설사 줄도산이 우려되자 정부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하향 조정하는 데 건설투자 부문이 차지하는 몫이 0.4%포인트에 달할 만큼 경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추경에는 취약계층 지원 등 민생 안정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저소득 가구와 청년, 경력 단절 여성에게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직급여 지원 인원을 18만7000명 확대하고, 무주택 청년·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임대 3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향후 관건은 추경이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끌어올릴지다. 0%대 성장을 예상했던 일부 해외 투자은행들은 대규모 추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1%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올해 안에 미칠 파급효과 기간이 짧은 점은 한계로 꼽힌다. 조영무 NH 금융연구소장은 “재정정책의 시차를 고려하면 3∼4분기에 추경 편성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규모도 중요하지만, 어떤 속도로 집행되는지가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기근 기재부 제2차관은 “직접적 효과 외에 새 정부의 정책 의지와 소비자·기업의 경제 심리 개선으로 인한 간접적 효과까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복지 제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회성으로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기존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일시적인 경기 대책을 넘어 복지 시스템 전반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래 투약하려던 마약류와 다른 마약류를 착각해 잘못 투약했다면 마약류관리법 위반의 미수범으로 처벌하는데, 이 경우에도 약물중독 재활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3년 9월 승용차 안에서 케타민을 투약하려 하다가 신종 마약류 ‘플루오로-2-옥소 PCE’를 잘못 투약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종류 모두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A씨는 케타민 투약 혐의와 플루오로-2-옥소 PCE 투약 혐의 두 가지 모두로 기소됐다. 1·2심은 모두 플루오로-2-옥소 PCE 투약에 대해선 해당 마약류를 사용한다는 고의나 인식이 없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케타민과 관련해선 투약의 고의가 있었지만 실제 투약허잔 않았기에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미수범’인 ‘불능미수’의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마약류 투약 미수범에 그친 A씨에게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할 수 있는지였다.
마약류관리법상 재범 예방을 위해 교육 수강이나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같이 부과하도록 한 마약류 사범은 ‘마약류를 투약·흡연·섭취한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1심은 “A씨에 대해 인정되는 범죄사실은 마약류(케타민)의 투약 미수와 매수뿐”이라며 A씨가 마약류 투약·흡연·섭취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지 않은 이상 ‘마약류 사범’이 아니므로 이수명령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달랐다. A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인 플루오로-2-옥소 PCE를 스스로 투약해 마약류에 직접 노출된 사람에 해당하는 만큼 마약류 사범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어느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흡연·섭취한다는 고의로 실행에 착수했으나 대상의 착오로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흡연·섭취해 불능미수가 성립한 경우, 마약류의 중독성으로 인한 재범 가능성을 고려한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의 필요성 측면에서 기수범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