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면 패가망신”을 언급한 뒤 구체적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관건은 계획·방침이 아닌 실천이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9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와 함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이달 말까지 출범시킬 50명 규모의 합동대응단이 시세조종·미공개 정보 이용 등 중대 불공정 행위를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탐지·조사하겠다고 했다. 당국은 조사 단계부터 불법 이익이 의심되는 계좌는 지급정지하고,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로 높이며, 불공정거래에 연루된 대주주·경영진 등도 적극 공표하기로 했다. 주가조작 등 범죄 행위는 단 한번으로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주식투자 인구는 1400만명을 넘어 계속 늘고 있다. 주식시장은 개인의 자산 형성뿐 아니라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기술·설비 투자에 사회적 자본이 투입되고 경제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반대로, 주식시장은 무엇보다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시장의 공공성·신뢰를 훼손하고 피해자가 많은 주가조작·내부자거래 등 중대 범죄는 신체·재산형으로 강력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간 주식시장 불법·교란 행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주가조작·내부자거래 등으로 얻는 이익이 처벌보다 크다 보니 재범률이 다른 범죄보다 높다. 불공정거래 행위로 기소된 사건 중 법원이 집행유예 처분한 비율이 2021년 최고 61.5%를 찍었고 지금도 여전히 높다. 이러다 주가조작과 사기거래 등이 한국 증시의 고질병이 된 것이다.
국내 최고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주식 상장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여 주식을 팔게 한 뒤, 2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금융당국의 검찰 고발 대상이 됐다.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놓고 지분 경쟁을 벌였던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역시 시세조종 의혹으로 재판 중이고, 전 대통령 부인마저 주가조작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식시장 교란 행위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기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곧 발표하겠다고 확인했다. 한국 등 14개국에 상호관세 서한을 보낸 지 하루 만에 품목별 관세 확대 방침을 밝힌 것이다. 자동차, 철강에 이어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품인 반도체 등의 관세까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9일 오전 최소 7개국에 관세 서한을 보내고 오후에 몇개 나라를 추가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취재진에게 “의약품, 반도체, 몇몇 다른 분야에 대해 (관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관세를 “곧” 공개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올 시간을 1년이나 1년 반 정도 줄 것이다. 이후에는 그들이 의약품이나 다른 것들을 이 나라로 가져오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높은 관세율, 200% 정도가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외국 제약회사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시간을 주되 그 이후에는 관세를 물리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5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이나 발표 시기, 발효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의약품, 구리 수입이 미국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조사해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하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자동차와 차량 부품, 철강, 알루미늄 등에 적용된 품목별 관세도 이에 근거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구리 관세와 관련한 조사를 완료했으며 의약품과 반도체의 경우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한국, 일본 등에 통보한 상호관세 발효 시점인 8월1일에 대해 “이 날짜는 변경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날 협상 상대국의 제안에 따라 관세 부과 계획이나 시기를 바꿀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데서 또다시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몰렸다. 전날 경찰이 폭력행위 등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일대에 긴장감이 돌았지만 지지자와 반대자간 충돌 등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대통령 윤석열” “영장 기각” 등을 연호했다.
영장 심사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은 경찰들로 가득했다. 인근 지하철 교대역 내부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순찰을 돌았고, 법원 동문·서문에서는 청사 보안관리대가 출입자의 소지품을 검사했다. 법원 청사 내·외부에는 경찰 버스 수십대가 차벽을 쳤고, 청사 내부 동관과 서관 사이도 변호사·법원 직원 외에는 도보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청사 외부에도 경찰 수십명이 질서유지선을 치고 경계를 강화하며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중앙지법 인근 통제를 강화하고 불법 폭력행위에 무관용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사시 캡사이신까지 사용하겠다”는 경찰 방침까지 나오자 법원 일대는 일찌감치 긴장감이 흘렀다.
오후 2시가 가까워오자 신자유연대·자유대한국민연대 등 윤 전 대통령 지지 단체 회원 등 지지자들이 중앙지법 인근에 모이기 시작했다. 지지자 수십명은 태극기·성조기를 들거나 ‘Yoon Again(윤석열 어게인)’등이 적힌 티셔츠·스카프 등을 착용하고 나왔다. 오후 1시가 가까워지자 집회 참석자는 800명 정도까지 늘었다. 법원 앞 세 개 차선을 메운 인파에 경찰은 법원 동문부터 차벽을 치고 시위대의 법원 방향 출입을 통제했다. 같은 시각 반대편 동문 앞에도 지지자 수십명이 모였다.
오후 1시 반쯤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윤석열 영장 기각’, ‘이재명 재판하라’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 어게인” “구속영장 기각” 등 구호를 외쳤다. 기온이 35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양산과 부채 등을 들고 집회를 이어갔다. 설치된 스크린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고 말하는 영상이 나오자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오후 2시쯤 윤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중앙지법 동문으로 들어서자 지지자들의 반응은 더 격해졌다. 이들은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한 지지자는 차량이 청사 안으로 사라지자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냐”고 말했다.
충돌 등 경찰이 우려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집회 주최 측은 지지자들을 자제시키기도 했다. 집회 사회자는 “서부지법 때 앞에 있기만 했는데 징역 1년을 때렸다”며 “경찰이 우릴 흥분하게 만들고 고발해 잡아갈 수 있으니 어르신들은 흥분하거나 쳐다보지 말고 말 걸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이날 집회 참가인원은 애초 주최 측이 신고한 4000명에 못 미치는 800명 정도였다.
윤 전 대통령 영장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늦으면 10일 새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지자들은 영장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실크로드를 타고 동양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인쇄술은 필사가 전부였던 도서 시장을 완벽히 뒤집어놓았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확산시키고, 런던 도심부에 인쇄소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손으로 베껴 만들어 비싸고 귀했던 성경이나 그리스어 교재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출판 과정이 쉬워지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적도 늘어났다. ‘허구의 글’이라고 불렸던 ‘소설’도 출판기술의 보급으로 대중화됐다.
당시 인쇄소의 대부분은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방 하나에 서너 대의 인쇄기가 있고 기계로 종이에 인쇄하는 사람, 활자에 잉크를 먹이는 사람, 종이를 정리하는 사람이 정신없이 일했다. 인쇄된 종이들은 건조를 위해 빨래처럼 밧줄 위에 걸려 있었다. 근대 인쇄 작업은 지금의 자동화된 공정과 사뭇 다르지만,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묘사를 읽다보면 독한 잉크 냄새가 풍기는 작업실 안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종이 제작, 활자 제작, 인쇄, 제본 등 제반기술이 발전한 이후 출판물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다. 이미 발간된 책을 오려 붙여 ‘콜라주’ 형식의 책을 직접 만드는 마니아들이 탄생했다. 신문, 연감과 같이 인쇄물의 폭발적인 대중화를 끌어낸 출판물이 등장했고, 성별과 나이를 넘어선 독자층을 확보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디지털화된 도서들 사이에서 출판인들이 책의 의미를 찾아 헤매고 있다.
<북메이커>는 책을 만드는 일에 종사했던 18명의 삶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책’의 500년 역사를 서술한다. 저자는 책의 특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책에 있어 시간의 흐름이 단순히 질적 향상이나 세련화의 과정만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당시의 책이 어떤 역사적 가치를 가졌는지, 책을 만들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주안점이다. 덕분에 현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과거의 책과 삶의 모습에 푹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