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유럽평의회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러시아 고위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재판소 설립에 합의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평의회 본부에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묻기 위한 특별재판소 설립을 추진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특별재판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러시아 지도부에 대한 수사 및 기소, 재판 권한을 갖게 된다. 유럽평의회는 특별재판소가 설립되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사법적 한계에 따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CC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어진 민간인 납치 등 범죄 혐의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지만 러시아가 ICC 협약에서 탈퇴해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에 대해선 관할권이 없다. ICC가 관할권을 가지려면 전쟁 범죄에 연루된 국가가 ‘ICC 설립을 위한 로마 협약’ 당사국이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인 2022년 4월 러시아군이 철수한 자국 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시신 수백구가 무더기로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ICC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특별재판소 신설을 서방에 요청해왔다. 유럽평의회는 지난 5월 특별재판소 설립안을 처음 발표했다.
알랭 베르세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특별재판소 설립을 위한 다음 단계는 최대한 많은 국가가 참여·지원하고, 재판소를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협정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며 “국제법은 예외나 이중잣대 없이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평의회 추진으로 특별재판소가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프랑스24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정에 서명한 뒤 “침략 행위에는 처벌이 뒤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유럽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정의 실현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이뤄질 것이며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전임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특별재판소 설립 준비를 위한 국제회의에 10여 차례 참여했으나 트럼프 정부 당국자는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복귀해도 ‘의료 정상화’ 첩첩산중
지난해부터 전공의 집단사직을 이끌며 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사퇴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공의 일부가 대전협의 ‘불통 행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빅5’ 병원 전공의 대표 중 일부가 그를 공개 비판하는 등 리더십이 훼손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사이에서 정부·국회와 소통하며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박 위원장은 이날 각 병원 전공의 대상 공지에서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지난 1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겼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며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2023년 9월 대전협 회장에 선출됐고, 지난해 3월 정부의 의대생 증원 방침에 반발해 대전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과 면담한 이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올리는 등 강경 노선을 주도했다.
최근 의료계에선 박 위원장과 대전협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지난 19일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 김찬규씨를 포함한 전공의 30여명은 박 위원장과 대전협의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겨냥해 “우리가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 200여명은 “저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대한의사협회와 대전협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전공의 복귀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의 사퇴는 2년째 표류하는 의·정 갈등의 국면 전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2월 말 전공의 집단 사직·의대생 휴학 이후로 정부는 여러 차례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복귀 기회를 제공했지만, 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등 ‘전공의 7대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았고 의대 교육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단체 차원에서 복귀를 거부했다.
대전협 내 일부 전공의들은 26일 새로운 비대위원회 구성을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 등 ‘빅4’ 병원 대표 4명은 입장문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파행을 멈추고 무너진 의료를 회복할 수 있는 적기”라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협상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의대생이 단체로 복귀를 결정해도 현실적인 문제가 적잖게 쌓여 있다. 수련병원은 7~8월 중 수련의 지원자를 모집하는데 하반기 모집은 상반기 모집 이후 결원에 한해 이뤄지므로 상반기에 정원이 다 찬 병원이나 전공은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전공의들은 군입대한 사직 전공의들이 기존 자리로 돌아와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새로운 특례 조치가 필요하다. 의대생도 본과 4학년의 경우 7월에 복귀한다고 해도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위한 실습 시간 52주를 채울 수 없다. 의대생의 전원 복귀를 위해서는 규정을 바꾸는 수준의 대대적인 특혜를 부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단 정부는 전공의나 의대생에 대한 추가 특례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이날 “현재로서는 특례 등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AI와 출판계 관계성 풀어내
“최근 지인이 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플롯을 짜보라고 시켰더니 회복이나 화합 등 긍정적 결말은 잘 짜는데, 못된 이야기는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를 했다. 인간이 가진 감정은 불편함과 어두움도 있는데 (AI가 그것을 쓰지 못한다면) ‘인간 창작자의 장점은 어두움이 되는 것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해봤다.”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경향포럼> 오후 세션 ‘초가속 시대 - 모두를 위한 기술 진보’의 특별 강연자로 나선 정세랑 소설가는 기술 변화가 예술과 상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했다.
생성형 AI 관련 기술이 출판계에서도 이용되고 있고, 문학 작품의 초벌 번역은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AI 활용에 대한 반발도 있다고 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처음 나왔을 때, 국내 출판계에서 도서 표지 디자인을 AI를 사용해 제작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격렬한 반발이 있었다”며 “책 안의 내용이 존중받길 원하다면 책 바깥의 시각예술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었다”고 했다.
생성형 AI가 학습을 위해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무단으로 학습해 논란을 일으킨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의 경험도 소개했다.
정 소설가는 “AI는 아니고 해커에 의해 3권 정도 책의 저작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 경제적 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치욕을 받았다, 누가 나를 때리고 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창작자들에게 저작권 피해는 꼭 숫자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모욕감, 모멸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 ‘이 작품은 AI 학습에 쓸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야 한다는 논의가 국내 출판계에서도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기술 진보의 미래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앞으로 자본과 인력의 한계에서 벗어난 창작의 자유가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종합예술일수록 자본과 인적 자원을 어디에 쓸지 정하는 결정권자의 수가 적다”며 “AI가 자본에서 창작자들을 해방시켜줄 수 있다면, 그 결정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줄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작품 활동을 해온 정 소설가는 창비장편소설상,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2015년 발표한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영상화됐다. <스타워즈 비젼스> 시즌 2의 에피소드 <어둠의 머리를 벨 수 있다면>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