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 재판에서 경찰의 음주 수치 측정 절차가 위법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6단독 신흥호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4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11월 8일 오전 8시5분쯤 인천시 부평구에서 경기도 의정부시까지 53㎞를 혈중알코올농도 0.032%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단속 경찰관은 “음주 측정을 해야 하는데 측정기에 오류가 있어서 새로운 기기를 지원받으러 장소를 이동해야 한다”며 A씨를 조수석에 태운 채 직접 피고인 차량을 몰고 측정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법원은 단속 경찰관이 A씨에게 동행 거부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음주 측정 결과는 위법 수집 증거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경찰관이 피의자를 임의동행할 때는 ‘동행을 거부할 수 있고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으며 동행 후 자유롭게 퇴거할 수 있다’고 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신 판사는 “(음주 측정을 위한 동행이) 오로지 피고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단속 결과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채 수집돼 유죄 인정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별다른 이의 없이 경찰관 운전 차량 조수석에 타고 이동한 뒤 여러 차례 음주 측정에 응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발적 의사에 따라 동행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동승자와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전직 교통경찰관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2형사부(황지애 부장판사)는 30일 범인도피 방조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전북경찰청 소속 전직 경찰관 A씨(34)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23년 5월 15일 오후 10시 45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7%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사고 직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친구 B씨가 “내가 운전했다고 할게”라고 말했고, A씨는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 차량에서 내렸다. 이후 출동한 경찰은 B씨를 운전자로 단정하고 음주 측정과 사건 처리를 B씨 중심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차량 파손 부위와 사고 상황에 의문을 품은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가 재개됐다. 결국 A씨가 실제 운전자였음이 드러났고, 경찰에서 해임 조처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형 선처를 호소했으며, 동료 경찰관들의 탄원서도 제출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고, 피고인이 범인도피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찰관 신분으로 사법 질서를 저해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이며, 범인도피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원심 형이 재량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29일 “경찰청에 수사 방해 사건을 전담할 경찰관 3명을 파견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박창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사실상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이날 오후 9시30분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수사를 방해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특검에 출석해 오전 박 총경으로부터 피의자 조사를 받았지만, 오후에 돌연 “조사자를 바꿔달라”며 조사받기를 거부했다. 조사에 입회한 송진호 변호사는 이날 새벽 서울고검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박 총경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특검보는 “박 총경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박 총경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전) 차장 등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 현장에서 체포영장을 송 변호사에게 직접 제시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박 총경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변호인 측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사한다’는 식의 사실과 다른 주장을 유포하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이는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 방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특검보는 파견을 요청한 경찰이 특검에 오는 대로 수사에 착수하게 될 거라면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관련 수사를 위해서 경찰에 파견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 추가조사 때도 1차 체포영장 집행 방해, 곽종근·여인형·이진우 전 사령관 비화폰 정보 삭제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에서부터 이를 수사해온 박 총경이 조사를 담당할 거라고 밝혔다.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킨 경우 수사대상이 될 수 있고, 위계나 위력으로 특검의 직무수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지난해 20대 노동자가 폭염 속에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중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을 열 달 넘게 수사해온 고용노동부가 회사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한 노동자는 열사병으로 쓰러진 뒤 1시간이나 야외에 방치된 끝에 병원으로 이송됐는데도 구호조치가 충분했다고 노동부는 판단했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양준혁씨(당시 27세)가 작업 도중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노동청은 지난 13일 원청인 삼성전자와 하청업체 관계자들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 처리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양씨는 지난해 8월13일 삼성전자 하청업체 소속으로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는 일을 하다 숨졌다. 출근 이틀 만이었다. 당시 장성지역은 낮 최고기온 34.1도, 습도 70%가 넘는 폭염을 보였다.
양씨는 쓰러지기 직전 전형적인 열사병 증상을 보였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뒤늦게 119에 신고했다. 학교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양씨는 오후 4시40분쯤 급식실 밖으로 뛰쳐나와 구토를 하고 얼마 뒤 비틀비틀 걷다가 화단으로 쓰러졌다.
회사 관계자들은 곧바로 119 등에 신고하지 않고 양씨의 어머니에게 “데리고 가라”고 연락하며 시간을 지체했다. 119구급대는 양씨가 쓰러진 지 1시간이 지난 오후 5시41분 현장에 도착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양씨는 결국 사망했다. 양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 원인을 ‘열사병’으로 판단했다. 사고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회사의 대처를 질타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하지만 노동청은 회사가 양씨에게 충분한 물과 휴식을 제공했고, 쓰러진 이후에도 어머니에게 3차례 전화하는 등 충분한 구호조치를 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전남노동안전지킴이 등 시민사회단체는 양씨가 쓰러진 이후 야외에 1시간 동안 방치됐는데도 노동부가 회사 관계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영민 노무사는 “노동청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사측이 유가족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이라면서 “사후 구호조치 의무 위반이나 방치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엄정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