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과 방통위원장 임기를 맞춰달라”고 주장하면서 위원장 단독 결정 구조인 ‘독임제’가 낫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놨던 것으로 알려진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방통위의 합의제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안인데다, 이 이위원장이 2인 체제 의결을 강행하면서 각종 혼란을 자초한 만큼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26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 위원장은 지난 19일을 포함해 국무회의에서 두 차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맞춰주기를 강력하게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정권 교체기마다 발생하는 방통위 및 공영방송 관련 갈등을 언급하면서 이 위원장에게 방송개혁안을 마련해줄 것을 지시했고, 이에 이 위원장이 임기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의 임기가 맞지 않는 혼란이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 위원장의 임기 관련 주장에 그것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과 방통위원장 임기를 맞춰달라고 한 것이지 “방통위 독임제 표현을 쓴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언론계에서는 이 위원장의 주장이 방통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방통위를 5인 합의제 기구로 둔 건 공익성이 큰 방송·통신 정책을 정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집행하기 위해서다. 다른 부처처럼 장관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결정하면 정권의 입김으로 독립성과 공공성을 해치게 되므로 방통위원 5명이 합의해 결정하라는 취지다. 이 때문에 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은 국회(여당 1인, 야당 2인)가 추천한다. 특히 이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 2명으로만 공영방송 이사 선임·해임 등 각종 의결을 강행해왔다는 점에서 독임제를 거론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방통위 설립 취지를 무시한 정권들이 방통위를 악용해 방송을 장악하려고 시도한 역사가 있지만, 방통위 설립 취지나 운영 방식이 잘못됐다기보다 정치적 의도가 관철된 현실이 문제”라며 “일차적 책임은 정권에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합의제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사람이 독임제로 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본인이 했던 일에 대해 절차적인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이 위원장은 방송에 정치적 개입을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이라며 “스스로 사퇴하고 빨리 방통위를 정상화하는 길을 열어야 하는데, 독임제 발언 자체가 방통위원장으로서 얼마나 부적격한 인물인지를 드러낸다”고 했다.
방통위는 이날 국정기획위원회에 2차 업무보고를 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방통위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준비 부실 등의 이유로 중단시켰다.
불법사업장의 세공노동자고용보험 사각지대 내몰려“정부가 실태조사 해달라”
“여기 좀 봐주십시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던 길, 마침 농성 중이던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부지회장이 외쳤다. 김 내정자가 다가갔다. 김 부지회장은 “주얼리 제조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의무 가입자임에도 70~80%가 미가입자”라며 “업체들이 근로기준법만 제대로 지키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불법 사업장’이 방치되지 않도록 노동부의 근로감독과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김 내정자는 “자료를 살펴보고 (노동부) 간부들과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고민해서 토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귀금속 세공노동자인 김 부지회장은 25일 통화에서 “장관 내정자가 올 줄 알고 기다렸던 게 아니라 매일 오후 4시 <전태일 평전> 읽기를 한다. 마침 내정자가 출근한다는 소식을 듣고 요구사항을 외친 것”이라고 했다. 김 부지회장 등은 13일째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정부의 근로감독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김 부지회장은 2018년에도 정의당 노동본부장이던 김 내정자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정의당과 노조는 함께 ‘화려한 귀금속 뒤의 갑질, 종로 귀금속 세공노동자 간담회’를 열었다. 노조는 당시 귀금속 세공노동자들이 화공약품에 노출되고, 작은 사업장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문제를 호소했다. 김 부지회장은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김 부지회장은 지난 1월 해고됐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5월 원직복직 명령이 담긴 판정서를 수령했지만 회사가 폐업하며 돌아갈 일터가 사라졌다. 회사 대표는 밤새 문서를 파쇄하고 기습 이사를 시도했다.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한 시민들이 이를 막아 이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대표는 결국 며칠 후 폐업 신고를 마쳤다. 이후 노동자들에게 퇴직금도 주지 않은 채 해외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용노동청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노조와 사업주 면담 자리를 주선하라는 요구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부지회장은 세공노동자 같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해고, 4대 보험 미가입 등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싸우고 있다. 청산가리, 황산 같은 화공약품이나 높은 열을 다루는 위험한 작업환경을 안전하게 개선하는 것도 목표다.
노조 설문조사 결과 100개 넘는 사업장에서 고용보험 미가입 등 근로기준법을 어긴 사례가 나왔다.
김 부지회장이 바라는 것은 복직이나 보상이 아니다. 그는 “‘불법 사업장’이 방치되고 있으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작은 사업장들은 노동자들이 해결하기 어려우니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나서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업계가 노동법을 지킬 수 있게 조사해달라는 것”이라며 “전수조사가 힘들면 귀금속 골목의 일정 블록이라도 조사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지회장은 “노동자 출신 장관 내정자가 왔으니 ‘있는 노동법’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2018년 간담회도 함께했고 우리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오는 28일부터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전역에서 2주택자 이상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목적의 대출이 제한된다. 이 지역에선 1주택자라도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고 대출금도 최대 6억원까지만 나온다. 부동산 시장 안팎에선 과거 문재인 정부 때 나온 ‘8·2’ 대책보다 더 강력한 규제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경우 추가 주택 구입 수요를 차단한다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제도는 오는 28일부터 바로 시행한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자 정부가 집값 급등세를 막기 위한 긴급 규제를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우선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올해 하반기부터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한다. 정책대출도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를 줄인다. 정부는 이 조치로 하반기에 10조원, 연간 20조원 이상의 가계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도권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구입 하는 경우에는 추가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를 금지한다.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 처분할 경우에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무주택자와 동일하게 비규제지역 LTV 70%, 규제지역 LTV 50%를 적용한다.
여기에 해당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도 6억원으로 제한키로 했다. 고가 주택 구입에 과도하게 빚을 내지 말라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금리 4.0%·만기 30년 분활상환을 가정해 규제 시행 전후 대출 가능액을 비교한 결과, 연봉 2억원 차주가 20억원 주택을 구입할 때 종전 주담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3억9600만원이었지만, 앞으로는 6억원밖에 받을 수 없다.
다만 중도금 대출은 제외되고 잔금대출로 전환시에는 6억원 한도가 적용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의 LTV도 80%에서 70%로 강화된다. 특히 이는 디딤돌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디딤돌(1개월 내) 제외 6개월 내 전입 의무도 생긴다.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정책대출의 최대 한도도 축소된다.
특히 이날 정부의 발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기존 규제를 우회해 대출을 더 받는 경우를 차단하자는 취지가 잇따라 담겼다.
수도권에서 보유주택을 담보로 하여 생활비 등 조달목적으로 대출받는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한다. 특히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차주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금지된다.
이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만기도 30년 이내로 제한한다. 현행은 만기를 40~50년으로 늘려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지역에서 ‘갭투자’ 목적의 전세대출도 금지된다. 전세대출 심사시 임대차계약서 상 임대인과 임차주택 소유주가 다른 경우 취급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신용대출 한도도 차주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
정부는 매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이번 조치의 이행 과정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주택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필요시 규제지역을 추가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필요시 규제지역 LTV 추가 강화, DSR 적용 대상 확대 등 준비된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