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김구 선생 76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하루 너에게 가까이 가는 날이니, 우리 곧 만나자. 우리 딸 생일 축하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잔치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보라색 앞치마를 입은 상은씨 어머니 강선이씨(55)는 눈가를 훔치며 기자에게 말했다.
‘상은이 없는 상은이 생일잔치’는 올해로 세 번째다. 상은씨 가족은 상은씨 생일이 되면 또래 청년들에게 무료 식사를 대접했다. 강씨는 “(상은이가 있었다면) 생일날 같이 밥을 먹었을 텐데”라며 “상은이 또래 친구들에게 따뜻한 한 끼 대접하고 싶은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생일잔치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숫자인 159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지난해부터는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상은씨는 없지만 생일잔치는 준비하는 사람들과 손님들로 풍성했고 떠들썩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4인석 식탁 20여개가 가득 들어찼다. 생일상 메뉴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후식으론 복숭아와 토마토, 약과였다. 상은씨 부모님과 이모 외에도 참사 희생자 유족 7명이 일손을 보탰다.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51)는 손님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며 “이런 날일수록 혼자 있는 게 참 힘든데, 곁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생일잔치에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각자 준비한 선물을 들고 모였다. 케이크, 과일, 꽃다발과 손편지 등이었다. 식당 입구 한 쪽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상은씨 생일 선물로 가득 찼다. 생일 축하 메모에는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기억은 의무가 되었고, 진실은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가 되었습니다” 등의 문구가 보였다.
상은씨와 일면식 없는 시민들도 자리를 채웠다. 베트남 하이퐁에 사는 A씨(59)는 “SNS에서 생일 포스터를 보게 됐는데 마침 시간이 맞아 오게 됐다”며 “참사 후 소리소문없이 희생자가 지워지는 것보다 이렇게 추모하는 게 뜻깊은 것 같다. 어쩌면 상은씨는 하늘에 가서도 큰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평화씨(27)는 “유족들이 연대하며 우울한 감정을 이겨내는 걸 보니 시민으로서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케이크 촛불은 상은씨 부모님이 불었다. 어머니 강씨는 “엄마가 잘 버티고 있다. 상은이 살았던 이 나라가 아름다웠기를 바란다”며 “이곳이 앞으로 더 아름답고 안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잘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상은씨 아버지 이성환씨(59)는 “좋은 날이라 딸이 더 생각난다”며 “갓난아이에게 ‘우리 잘해보자’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상은씨 고등학교 친구 김승현씨(28)는 “상은이가 미국에 엄청 가고 싶어 했는데, 제가 최근에 미국에 다녀왔다”며 “상은아, 덕분에 나 미국 잘 갔다 왔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잔치 참석자들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규협씨(36)는 “최근 시작된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에서 진상 규명이 되고, 책임자를 처벌해 더이상 유가족이 길거리에서 싸우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강씨도 “정권도 바뀌었으니 진상규명, 피해자 명예회복, 재발 방지 등 특별법에서 명시하는 목적에 맞게 조사해 우리의 응어리를 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검토를 요청했다가 배석했던 이 대통령 측 관계자로부터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50% 넘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할 때 자신이 이 대통령에 “세 가지를 말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지방을 돌아보니 경제가 매우 어렵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 5000여개 협력 기업과 3만5000여명 직원들이 있다, 우리 산업 전반에 심대한 타격이 있으니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진정성 있게 빨리 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인사청문회 끝나가는 시점인데 김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으니 김 후보자 지명 철회 검토를 요청드렸다”면서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특별한 말이 없었지만 배석했던 한 관계자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0%를 넘는 것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말”이라며 “국정 지지율이 50% 넘으면 아무나 검증되지 않은 분을 총리로 지명하겠단 뜻으로 읽힐 수도 있는 것이라, 국민 상식에 맞는 인사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세번째로 추경안과 관련해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등 여러 국가채무에 부담이 된다고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시인 심지아(왼쪽 사진)와 소설가 양선형(오른쪽)이 제11회 김현문학패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문학실험실이 25일 밝혔다.
선정위원회는 심지아의 시에 관해 “사물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촘촘하게 빚어낸 세계 이해와 시적 사유”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양선형의 소설에 대해선 “‘소설’ 형식 자체에 대한 자의식과 멈추지 않는 문학의 본질에 관한 질문들”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아는 2010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집 <로라와 로라> <신발의 눈을 꼭 털어주세요>를 냈다. 양선형은 2014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해 소설집 <감상 소설> <클로이의 무지개> <말과 꿈> 등을 펴냈다.
선정위원으로는 이인성 문학실험실 대표를 비롯해 김정환 시인, 김태환 서울대 독문과 교수, 김형중 조선대 국문과 교수, 조강석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참여했다.
시상식은 오는 9월26일 열린다. 수상자들은 김현문학패와 함께 시 부문 1000만원, 소설 부문 15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받는다.
김현문학패를 수상하는 사단법인 문학실험실은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의 25주기를 기려 2015년 이 상을 제정했다.
고인이 세상을 뜬 나이인 만 48세 이하 작가로 5년 이상 활동하면서 해당 장르의 저서를 2권 이상 출간한 시인·소설가를 대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