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이재명 정부의 1호 법안은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특검 등 이른바 3대 특검법이다. 6월11일 국무회의를 거쳐 정식 공포됨에 따라, 이 법안은 바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측은 이번 단행이 “지난 6·3 대선에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이라는 국민 뜻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민생보다 정쟁에 치중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 역시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추경 편성을 포함한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이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쩌다 적폐”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3대 특검법’이 정쟁이라고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3대 특검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윤석열”에게 책임을 묻는 작업이며 이는 중장기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반좌파·반진보 담론을 주도하는 인물로 벤 셔피로가 있다. 그의 대표적인 구호는 “당신이 기분이 나쁘든 말든, 사실은 사실이다(Facts don’t care about your feelings)”라는 것이다. 이 구호는 진보 진영의 감정 중심 주장이나 정치적 올바름 담론에 대한 정면 비판이다. 아마도 한국 정치에서 초기의 이준석이 이걸 롤모델로 삼지 않았나 싶은데 이런 노선은 비판받을 것도 많지만 나름의 장점도 있다.
그럼 윤석열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사실이 무엇이든 난 내 기분대로 한다(My feelings don’t care about facts)”이다. 논리와 사실을 배제한 감정과 음모의 노선은 장점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경제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실이 무엇이든 내 기분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이며, 그들 중 다수가 엘리트라는 사실이다. 최근 거짓, 저속함, 격분이 넘치는 극우 유튜브 생태계를 추적한 보도들을 보면, 이들 상당수가 조선일보, KBS, MBC 등 기성 언론 출신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징후다. 엘리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정책결정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장기적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하는 셈이다.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정책결정자가 설계하는 제도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증명했고, 이 공로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정책결정자가 공공 자원을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가는 필연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비추어보면, 지금의 한국은 매우 불안하다. 사회 곳곳에 윤석열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쇠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경로를 통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가? 이를 가늠하려면 먼저, “사실이 무엇이든 내 기분대로 행동하는” 엘리트들의 정체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내란 혐의 재판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은 ‘이건 100% 무죄다’ ‘증인들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사회 곳곳에 있는 윤석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이러한 유형의 엘리트들은 자기애가 충만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민중의 편에 선 계몽자이자 피해자로 여긴다.
기득권자이자 동시에, 기득권에 맞서는 ‘투사’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이 모순된 자의식은 공공 자원의 사적 유용조차 ‘정의’로 포장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런 인식 구조를 염두에 두면, 경호처의 사병화 논란이나 텅 빈 대통령실 사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거대한 적에 맞서 방어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방어가 실상은 공공 자원의 사적 전용이라는 점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추경을 추진하자 일부에서 또다시 국가 재정을 파탄 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가 편성한 20조원 규모의 추경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약 25조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나는 되묻고 싶다. “사회 곳곳에 있는 윤석열”이 국가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과연 어떻게 될까?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생각해보자. 하루짜리 계엄으로 인해 국내총생산의 1%는 족히 날렸을 것이다. 교육 예산이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로 흘러가고, ‘리박스쿨’이 한국 사회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면, 지금은 작아 보일지 몰라도, 20조원쯤은 금세 사라진다. 국가는 그렇게 무너져간다. “사회 곳곳의 윤석열”은 경제성장의 장애물이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와 ‘결별’을 선언했지만 핵연료인 농축 우라늄 수입 제한은 기술적·정치적 복잡성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경우 EU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지불한 에너지 대금은 2000억유로(약 314조원)를 넘는다. 2024년 한 해 동안 러시아에 지급된 금액은 약 220억유로였다. 이 중 핵연료는 약 7억유로로 상대적으로 비중은 작지만 공급망 구조가 복잡해 탈러시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U 내에는 총 101기의 원자로가 운영 중이며 이 중 19기는 구소련이 설계한 VVER 원자로다. 이들 원자로는 러시아산 부품과 유지보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천연 우라늄 확보, 전환, 농축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에서 EU는 러시아에 20~25%를 의존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은 전환과 농축 시장에서 약 5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대 중반까지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2410억유로(약 379조원) 규모의 민간 및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 원자력 부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 인력과 기업 역량도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특히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탈러시아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체코, 불가리아, 핀란드와 함께 VVER 원자로를 보유한 5개 EU 회원국에 포함된다. 헝가리는 러시아와 협력해 2014년부터 기존 팍스 원전에 로사톰이 설계한 신규 원자로 2기를 추가 건설 중이며 자국 전력의 최대 75%를 원전에서 충당하고 있다.
앞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공동 성명을 통해 “2030년대 탈러시아 계획은 가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EU는 핵연료 수입 제한에 있어 제재 대신 무역 조치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 조치는 만장일치가 아닌 가중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어서 헝가리·슬로바키아의 거부권 행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2022년부터 카자흐스탄, 캐나다, 니제르 등과 협력해 우라늄 공급처를 다변화하려 노력해왔지만 니제르의 정정 불안 등은 공급 안정성에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채굴한 우라늄을 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은 환경적으로도 부담이 크고 수익성이 낮아 EU가 수십 년간 외부에 의존해온 분야다. 이 전환 단계에서도 로사톰의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게 EU 내부의 평가다.
유럽은 지난 3년여간 ‘리파워EU’ 정책을 통해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급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21년 전체 수입의 45%에 달했던 러시아산 가스는 2023년 기준 19%까지 줄었고, 가격 상한제가 적용된 러시아산 원유는 과거 27%에서 3% 수준으로 급감했다. 러시아산 석탄 수입은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핵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술적 전환뿐만 아니라 정치적 합의와 산업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어야 하며 로사톰이라는 ‘공룡’ 기업의 지배력을 벗어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싱크탱크 브뤼겔의 벤 맥윌리엄스 연구원은 FT에 “우라늄 공급망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빠른 전환은 어렵다”며 “점진적이고 계획적인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12일 “상위 5% 고객이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한다”며 “백화점 사업에서 VIP 고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롯데백화점이 대륙간백화점협회(IGDS)와 공동 개최한 ‘제16회 IGDS 월드 백화점 서밋’(WDSS) 이틀째 행사에서 롯데백화점의 주요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 백화점업계는 상위 10곳이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하는 시장”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롯데백화점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VIP 서비스 강화와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콘텐츠, 외국인 관광객 확보 등을 꼽았다.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은 VIP들에게 프라이빗 쇼핑 행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잠실점은 포켓몬타운 등 340여개의 팝업스토어를 열어 매출을 늘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백화점은 전통적 리테일을 발전시키고, 매장을 개선하고 적극적으로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개막한 이번 행사는 매년 세계 각국의 주요 백화점 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최대 포럼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IGDS에는 38개국 40여개 백화점이 가입했다. 올해 행사에는 역대 가장 많은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