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오는 28일 출석 조사 때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입을 요구하면서, 요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출석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내란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어느 누구도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사를 받으러) 들어온 적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특검보는 “사실상 출입 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지하주차장 출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검의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이날 특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사실상 이 말은 특검의 출석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라면 누구라도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오는 28일 출석에 불응할 경우 재차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9일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에 대해 “대통령이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명확한 만큼 이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잘 실현할 적임자를 찾았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출신인 봉 내정자의 검찰개혁 실현 의지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봉 민정수석은 검찰개혁과 관련한) 검찰 내부 조직 경험 등을 잘 알고 있는 분으로 이해한다”며 “국민적 기대와 대선을 통해 다시 확인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잘 이끌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 출신으로 민정수석에 임명된 오광수 전 민정수석은 검찰 재직 당시 배우자 소유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하며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사실이 확인돼 임명 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봉 내정자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법무부 장관에 정성호 민주당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에 윤호중 민주당 의원 등 6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사법 개혁, 일 잘하는 실용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고심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인선”이라며 “국정 안정을 최우선하는 동시에 정책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두루 높은 분들을 모셨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배우자의 부적절한 주식 투자 논란이 불거진 정 내정자에 대해선 “인사청문회 그 과정에서 (정 내정자가) 적극 소명하면 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질병관리청장 재직 시절 배우자가 코로나19 관련주 주식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박 수석대변인은 다수 여당 의원의 내각 기용을 두고 “국회의원이 갖는 정책 이해도뿐 아니라,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적임자이기 때문에 많은 분을 지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했어요.” “다시는 안 할게요.” “내가 통제할 수 있으니까 참견하지 마세요.”
남경필 은구(NGU) 대표의 장남이 남 대표에게 했다는 말들이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남 대표의 아들은 두 차례 마약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8년에는 마약 밀반입과 투약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2023년 9월에는 대마 흡입과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마지막 신고는 남 대표가 직접했다. 아들의 의지로, 가족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들이 수감된 후 마약치유운동 단체인 은구(NGU)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는 남 대표를 지난 23일 서울시청 로비에서 만났다.
유력 정치인이었던 남 대표는 처음 장남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자기도 어떻게 ‘수습해 보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창피했고, 당황했고, 화가 났다”며 “내가 해결을 해보려고 한 게 몇 년 걸렸다. 그게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다. 야단도 쳐보고, 의심도 해봤지만 아들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약물 쇼크로 정신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까지 생겼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 순간을 겪고 나서야 그와 아들은 자수와 신고를 했다. 사회에서 격리돼서라도 단약을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남 대표는 “비전문가끼리 해결하려다 보면 애들은 거짓말을 하고 부모는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분노를 표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가족 간 신뢰나 유대감까지 다 깨진다”며 “그러다 아이가 집을 나가고 관계가 끊어지면 아이는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 중독은 병이다. 주변과 전문가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아이도 가족도 내 힘으로, 우리 힘으로는 안 된다는 걸 인정하는 게 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포기하지 않는다(Never Give Up)’는 영어 문장의 앞글자를 따서 은구라고 단체의 이름을 지었다. 유튜브로 매주 주말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마약중독에서 벗어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숲(구 아프리카TV)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마약 중독자들이 지역에 정착해 치료를 받을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 대학병원, 기업들과 함께 도모하고 있다.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방법도 궁리 중이다.
남 대표는 마약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처벌도 필요하지만 치료와 재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마약 예방부터 재활까지 전담할 ‘마약청’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해외에는 대마가 합법이거나 파티용 마약이 자연스러운 곳도 있어 어떻게 마약 제안을 거절할 건지부터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며 “교육 부처, 수사기관, 복지부 등 다양한 부처가 마약청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사범은 2015년부터 지속해서 증가하다 2023년 최초로 2만명을 넘어섰다. 마약사범의 연령은 낮아져 2005년 30명 수준이던 10대 마약사범은 2023년 1477명에 달했다.
남 대표는 ‘결핍의 사회’가 각종 중독을 양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등만 기억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열등감, 결핍을 가지게 된다”며 “마약, 알코올, 도박, 성행위 등으로 결핍을 해소하려 하지만 결국 해소는 안 되고 점점 갈급해지면서 어린아이들까지 중독의 굴레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마약 중독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치료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의 암수율(드러나지 않는 범죄 비율)을 최소 20배로 본다. 국내에서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여하는 중독자는 약 70만~80만명으로 추정된다. 국민 100명 중 1명은 마약 중독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남 대표는 “제가 5선 의원에 도지사까지 했는데, 우리 집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라며 “요즘은 아파트를 보면 저 중에 누구 하나는 마약하고 있겠네,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얘기를 전하고자 은구 활동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 남 대표는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감호를 받는 장남을 만나고 왔다. 그는 “많이 좋아졌다. 보니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신에게 ‘우리 아들 좀 변하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는데 정작 바뀐 건 나”라며 “아들을 야단만 치다가 이제는 조건 없이 믿고 사랑하고 응원해준다. 그걸 아이가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마약 사범 절반은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중독자도, 중독자의 주변인도 반복해 절망하고 지치기 쉽다. 남 대표는 이런 말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 10월에 출소하는데, 안 그러길 바라지만 또 실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실수한다. 우리 주변에 담배를 수십 번쯤 끊는 사람, 매년 금연 다짐하는 사람 얼마나 많나. 다만 아들이 이제는 ‘아빠 나 마약 또 하고 싶네’ 혹은 ‘아빠 나 사실 어제저녁에 너무 약 하고 싶어서 했어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 같으면 욕하고 화냈겠지만 이제는 ‘그래? 어떡하지? 우리 같이 고민해 보자’ 이럴 수 있다. 그걸 열어 놓는 순간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