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절차 23일 발표된 새 정부 초대 내각에서 일할 12명의 장관급 인사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 스타일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감 있는 현역 여당 중진 의원을 대거 발탁했고, 진보와 보수, 노동계와 기업계 등 이질적인 출신의 인재를 골고루 기용했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중용된 것도 특징이다.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의 대거 기용이 눈에 띈다. 장관이 유임된 농림축산식품부를 제외한 10개 부처 장관 내정자 가운데 5명이 여당 현역 의원이다. 모두 다선으로 선출 횟수가 모두 18선에 이른다. 정동영 통일부·안규백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각각 5선, 김성환 환경부·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가 각각 3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가 재선이다. 국가보훈부 장관에 내정된 권오을 전 의원도 3선 의원 출신이다.
이들은 해당 분야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관록이 쌓인 만큼 관료조직을 상대로 업무 장악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대거 입각함으로써 ‘민주당 정부’ 색채를 뚜렷이 한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정권 초반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국회 과반의 여당과 함께 가겠다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보수나 진보, 노동계와 경영계를 넘나드는 이 대통령의 실용적 인사관도 드러냈다. 정권교체로 들어선 정부에서 첫 유임 사례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 내정자는 경북 안동이 고향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 출신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수장 출신 인사를 동시에 내각에 포함한 것도 이채롭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현재 철도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훈 내정자(고용노동부)와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낸 한성숙 내정자(중소벤처기업부)가 주인공들이다.
이재명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AI 전문가는 내각에서도 중용됐다. 앞서 대통령실에 신설한 AI미래기획수석으로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센터장을 발탁했다. AI와 빅데이터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내정됐다. 국내 AI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인 네이버에서 여성 최초로 최고경영자를 지낸 한성숙 중소벤처부 장관 내정자도 AI를 키워드로 하는 인재다.
AI 전문성 외에 민간 부문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제 위기 상황과 5년 후, 10년 후의 먹거리가 눈에 안 보인다는 두려움도 이번 인사에 반영되어 있다”며 “기업 출신들이 적극 들어오는 것은 민과 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인선을 지역 출신별로 보면 영남 4명, 호남 4명, 수도권·중부 4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여성은 3명이었다. 여성이 1명에 불과한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인선에 비해 성비를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하는 외교 관련 메시지에 상대 국가의 언어를 병기할 방침이다.
21일 대통령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로 순방을 떠나기 전 “SNS 메시지를 작성할 때는 상대국 언어도 병기해 외교적 존중과 소통의 의지를 보여 달라”고 지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해외에 계신 교민은 물론,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도 대한민국의 메시지가 직접 닿아야 한다”고도 전했다.
이에 따라 G7 참석 기간 진행된 양자 정상회담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모두 한국어와 상대국 언어를 병기한 형태로 엑스(X·옛 트위터)에 게재됐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에 화답하듯 한국어와 일본어를 병기한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의 글에 양국 국민들이 긍정적인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일본 국민들이 “한일 관계가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동아시아는 단결해 평화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라는 댓글을 달았고, 이시바 총리의 메시지에는 한국 국민들이 “앞으로 계속 좋은 관계로 지냅시다”, “미래를 위해 서로 도와가며 지냈으면 한다”고 반응했다고 알렸다.
대통령실은 “이번 언어 병기는 특정 국가에 한정된 일회적 조치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기반한 디지털 외교 전략의 일환”이라며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양 국민의 공감대 형성과 상호 존중 외교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해외 순방과 외교 일정에서 상대국 언어 병기를 원칙화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도덕성 검증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재산 관련 의혹에 야당 공세가 집중되는 등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검증 국면이 본격화하자 법 개정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국정운영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라며 “인신을 공격하고 흠집 내 정치적 반사이익을 취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김 후보자에 대한 흠집 내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이혼한 전 부인까지 (인사청문)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인사청문이냐”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 개정 필요성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 여당 측에서 제기됐지만 실제 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인사청문 대상자의 도덕성 검증과 해당 분야 전문성·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청문회를 구분하고, 이 중 도덕성 검증 청문회는 비공개하자는 게 그간 논의의 골자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현행 인사청문제도로는 각 분야의 에이스를 쓸 수 없다”며 “비공개로 하면 정 문제가 있을 때 자진사퇴하게 하면 된다. 그럼 망신이라도 안 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 정책위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은 야당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어서 (발의된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7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구분해 실시하고, 이 중 공직윤리청문회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에도 홍영표 전 민주당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간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위한 TF까지 꾸려졌지만 여야 합의에는 실패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도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은 “자격 미달 인사를 정부에 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