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폰테크 숙명여대와 국민대가 논문 표절 의혹을 받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석박사 학위 취소에 뒤늦게 나섰다. 의혹 제기 3년여가 넘어서야 취소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눈치를 보며 절차를 끌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숙명여대는 24일 “김 여사의 석사 학위를 23일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1999년 독일 화가 ‘파울 클레의 회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이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에 대해 2021년 12월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학교 측은 2022년부터 조사를 벌였다.
김 여사가 2008년 박사학위를 받은 국민대도 학위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국민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여사의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박사 과정 입학 자격 및 학위 수여 무효 처분에 관한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에서 석사학위를 취소해 박사 과정 입학 자격 요건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서도 2021년 7월 표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여사의 석박사 학위가 취소되게 됐지만 표절 의혹이 2021년 처음 제기됐고 3년여 만에 결론이 났다는 점에서 이들 대학의 학문적 신뢰도는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두 대학은 윤석열 정부 기간 김 여사의 학위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조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12·3 불법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정권 교체가 이뤄진 뒤에야 학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숙명여대는 “이번 결정은 연구윤리 확립과 학문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내려진 판단”이라며 “앞으로도 대학 본연의 책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관련 절차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3월10일)을 앞둔 2017년 3월 초순, 나는 ‘[지주의 나라] ①우리들의 일그러진 꿈, 건물주’를 앞세운 기획시리즈를 야심차게 내놨다. 목적은 또렷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걱정에서다. 하지만 시리즈 기사는 얼마 버텨내지 못했다. ‘어느 탈레반들’의 반발 등 자세한 내막은 이제 와서 굳이 되짚고 싶진 않다. 결론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더 폭등해 버렸다. 그 민심 이반의 산물이 윤석열이란 위험인물의 등극이었다.
“자, 드디어 민주당 정부가 돌아왔다. 또 집값이 뛸 것 같다”는 얘기가 장안에 팽배해 있다. 매매 심리지수, 거래량 등 각종 지표는 벌써 우상향을 그린다. 금리도 내렸고, 대출금도 올 5월에만 5조원 넘게 불었다. 살얼음판에 발을 내디딘 듯 불안, 불안하다.
“가격 오른다고 굳이 압박해 힘들여 낮출 필요 있나”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기로 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유세 막판에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못 박은 부동산 정책 방향을 놓고 뒷말이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부동산 안정화의 두 축은 수요 억제와 적정 공급이다. 수요 억제책의 핵심은 세금과 대출 규제다. 한 축을 애써 외면한 채 공급으로 잡겠다는 건 무리수가 될 공산이 크다. ‘미시경제학의 거두’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14일 글에서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준 셈”이라고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교수는 “투기 억제책의 본질은 투자 수익률을 낮추는 것”이라며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올리기는 실패한 모습이다. 사실 종부세는 우리 현실에선 이상적인 요소가 많다. 절대다수인 여당도 ‘국민 정서법’을 뚫어낼 배짱은 없어 보인다. “평생 노력해서 집 한 채 장만했는데 단지 갖고 있단 이유로 세금을 많이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시민들의 반발 앞에서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이런 정서는 노무현, 문재인도 못 넘었다. 안타깝지만 종부세는 일단 잊어라.
차라리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일해 강화하든지,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정면 돌파하길 바란다. 그게 이 대통령 스타일에도 어울린다.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는다고 위험이 비켜가지 않는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건곤일척의 자세로 세제를 뜯어고치든가, 자신 없다면 이도저도 아닌 실험으로 ‘부동산 불장’은 또 초래하지 않길 빈다. 지난 정부들처럼 찔끔찔끔하지 말고 가용수단을 집중 투하해야 할 것이다.
집이 투기 수단이 돼 버린 현실에서 차라리 양도세를 높여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건 어떨까. 꼴랑 ‘2년 실거주’ 했다고 수십억원 차익에도 세금 한 푼 안 내는 게 맞나. 최소한 면세받는 실거주 기간이라도 대폭 늘리자.
이재명 정부가 ‘성장’을 터부시하지 않듯, ‘공급’에도 색안경을 끼지 않는 건 옳다. 다만 어떤 공급이냐가 문제다. 서울 핵심지부터 용적률을 부쩍 높여 ‘물량 폭탄’을 고려해보자. 강남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말했다. “문제는 말이야, 강남을, 서울을 너무 살기 좋게 만들어놨다는 거야.” 판교처럼 다른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를 넣을 수 없거든, 서울은 고밀 개발하는 게 답이다. 대원칙은 ‘직장 몰린 곳에 집을, 집 많은 곳에 직장을!’이다. 빌라 밀집지 등의 재건축 규제는 대거 풀어라.
금리보다 더 중요한 게 대출 규제다. 이자 부담보다 집값이 더 오르는 데다, 세금까지 안 낸다면 누가 투기를 마다하겠는가. ‘갭투자’용으로 변칙 악용되는 전세대출을 막거나 개선책을 내길 바란다.
이 판국에 20조원 넘는 추경까지 풀리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여윳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겠다고? 순진한 착각이다. ‘집·땅 투기장’이 빤히 펼쳐지는데 누가 불확실한 주식에 더 돈을 붓겠나.
새 정부의 밑그림을 맡은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부터 내로남불 ‘부동산 쇼핑’으로 얼룩진 마당에 너무 큰 기대는 정신 건강에 해로울지도 모르겠다.
못다 핀 [지주의 나라] 머리글은 이렇게 짚었다. “‘1500만 촛불’의 원동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다. 그 근저에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요구가 있다”고.
그러나 또 ‘탄핵의 강’을 건너 우린 다시 원점에 섰다. 엄동설한에 ‘촛불’이 그저 ‘키세스 은박 고깔’로 바뀌었을 뿐이다. 민초들의 함성에 새 정부가 답할 차례다.